자율협약으로 한 숨 돌리나
지난 달 6월 30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11개사 동부제철 주채권단 관계자들이 모여서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로 인한 법정관리까지 염두하던 동부제철이 채권단들의 협의에 의해 자율협약을 하는데 성공했다.
자율협약이란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뜻하는 것으로 채권단과 해당 기업이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만기하는 채권에 대한 부채를 탕감하거나,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여 추가 자금을 지원하며, 인력구조조정을 이루는 것이다. 신속한 자금지원이라는 장점이 있으며, 다만 채권단 전원의 100%가 필요하다.
동부제철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유동성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부제철의 인천공장인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엮어서 포스코에 매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포스코가 24일 최종적으로 거부하는 바람에 동부그룹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패키지 매각보다는 인기가 있는 동부발전당진을 분리 매각하여 유동성을 확보했어야 했다며 산업은행을 비판했다.
자율협약 발표 2번이나 한 이유는?
경향신문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24일 동부제철과의 자율협약 방침을 발표한 뒤 어제 30일에 다시 추진을 발표하였는데, 이 사이에 자율협약에 대한 무산 가능성 소문이 돌아 계열사의 자산 매각이 어려워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하여 투기등급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이 내부조율에 실패한 데에는 신용보증기금(신보)때문이었다. 신보는 7월에 동부제철에게 도래하는 만기 채권 700억 중에 400억원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채권을 차환발행하게 되면 신보가 240억원을 떠안아야한다. 신보는 이 240억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요구했다.
신속인수제도와 차환발행이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이 회사채의 10%를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로 발행하는 것을 뜻하며, 금리가 매우 높다.
최후의 카드를 가진 신용보증기금
신보는 최우선변제권을 받고서야 자율협약에 승인했다. 이로 인해 동부제철은 신속 자금 지원으로 급한 불은 끄게 되었다.
현재까지 동부제철에 대출된 총 대출금이 약 2조 6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채권단이 매각에 실패한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재매각하여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는 필요하다고 한다. 동부그룹 측이 처음에 예측한 매각금액은 1조원 중반 정도를 예상했지만, 최소한 8000억에서 9000억원 정도 선에서 매각이 되야 동부그룹 측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동부제철 뿐만 아니라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 역시 위기에 처해있다. 동부CNI는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500억원이 있는데, 안산공장의 담보대출과 일부 사업 매각 등을 통해 400억원을 융통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산업은행에서 지원받는 선에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결국 문제는 김남호 씨의 지분
이번 동부그룹 유동성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씨의 지분이다. 김남호씨는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동부화재 지분을 14.06%, 비금융계열사 지주회사격인 동부CNI 지분 18.59%를 보유하여 사실상 동부의 1대 대주주이다. 김남호 씨는 아버지 감준기 회장과의 강력한 그룹 계열사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따른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김남호 씨의 이러한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분 담보는 애초에 약속도 없었고 법적인 근거도 없었다. 하지만 사실상 동부그룹의 핵심 세력이고,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동부그룹의 회생을 위해서 일종의 안전장치를 필요로하는 셈이다.
이번에도 피해를 보는 것은 소액 개인 투자자?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인 이날 동부그룹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만약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기업이 안고 있는 모든 채권과 채무가 동결되게 되며, 이들 계열사의 회사채를 가지고 있는 7600여 명의 개인 투자자들의 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사실상 김준기 회장과 김남호 씨가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이고, 그만큼 책임도 크다고 할 것이다. 항상 이런 큰 푸닥거리가 지나가고 나면 힘 없고 정보 없는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채권 투자자 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자들 역시 말이다. 물론 회사의 오너 역시 사람인지라 자신들의 권리를 보유하고 싶을테지만, 수많은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 소액 투자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무엇이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시사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 연준 금리 인상 시사, 우리 기준금리는 올리나 내리나? (0) | 2015.05.27 |
---|---|
[삼성전자 2분기 어닝쇼크] 영업이익 부진 원인은 무엇일까? (0) | 2014.07.10 |
[최경환 청문회] 최경환 후보자가 고집스럽게 부동산 규제 완화하려는 이유는? (0) | 2014.07.09 |
[최경환 후보 청문회] 과연 DTI LTV 풀어서 경제 살릴 수 있나? (0) | 2014.07.08 |
[삼성전자 실적 발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은 8조원을 넘을 수 있을까? (0) | 2014.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