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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어셈블리 4회] 진상필, 추경예산에서 국민의 빚을 보다

국민의 빚으로 쌓아올린 추가경정예산


마치 실시간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를 보는 것 같다. <어셈블리> 4회에서 다뤄진 내용은 추경예산에 대한 것이었다. 현재 국회에서도 추경예산안의 통과를 놓고 치열한 합의과정을 통해 겨우 합의안이 나온 상황에서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과정을 보여 흥미진진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추경예산안을 편성하고자 한다. 주요 이유는 당초 예상한 예산에서 세금이 덜 걷어져 '세수결손'이 발생하였고, 더불어 5월과 6월을 뒤덮었던 메르스 사태로 인해 경기침체가 우려돼 이를 만회하기 위함 역시 있으며, 더 나아가 정부가 설정한 2015년도 경제성장률의 3%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추경예산이란 나라가 예산을 더욱 확보하여 집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추가 예산의 확보이다. 이미 경제가 어려워 '세수결손'이 발생한만큼 세금을 더 걷어들이기란 힘들다. 그래서 야당이 주장하는 것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법인'이 내는 '법인세'의 세율 증가를 통해 세금을 더 걷어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자신들의 우호세력인 대기업들의 세금을 더 걷는 것에 난감해한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이 원하는 것은 국채를 발행하여 돈을 확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빚을 내서 돈을 확보한다는 뜻이고 이 국채는 결국 나중에 국민들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것을 뜻한다.


정리하면 경제가 어려워 돈을 더 마련하여 써서 경제활성화를 해야하는데 그 재원 마련을 현재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인상에서 답을 찾고 있고,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채 발행'에서 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다시 드라마 <어셈블리>로 돌아가면, 드라마 상에서도 추경예산 편성으로 시끄럽다. 또한 이번 회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드라마상 1년 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각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여 선심성 예산으로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상 반청(반청와대) 계열이 이에 적극적인 모습이 나오는데, 청와대 VIP(대통령)의 추경예산 처리 요구와 지역구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반청계 좌장 박춘섭(박영규) 사이에서 갈등하는 백도현(장현성) 사무총장의 모습이 재밌다. 당내 비주류인 '반청' 박춘섭 의원은 '친청' 백도현에게 추경예산 처리를 돕는 대신 반청계열 지역구 의원들의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나오는데, 백도현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데 써야하는 추경예산이 고무줄 식으로 늘어난다면 야당과 언론, 그리고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에 처하기 때문이다. 결국 반춘섭과 백도현은 고무줄 추경예산 처리라는 총대를 맬 사람으로 진상필(정재영)로 딜한다.




<어셈블리> 4회. KBS 제공. "최보라면 누구의 질의서를 읽을 겁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진상필을 보좌하는 최인경(송윤아)은 진상필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려는 백도현과의 진상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애초 백도현 사람이었던 최인경은 아직 정치에 대한 욕심이 남아있다. 비록 진상필이 1년짜리 시한부 임기를 가진 국회의원이자 백도현의 다음 총선 출마 지역구의 땜빵 역할을 하는 '임시직'임을 알면서도 최인경은 그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투영하고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도현이라는 알을 스스로 깨고 나와야하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추경예산 편성을 놓고 백도현과 거리를 두면서 최인경은 그토록 원했던 '독립'하는 모습이 보인다. 백도현의 비서 임규태(정희태)의 말처럼 이것이 '평강공주' 코스프레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최인경 자신의 홀로서기의 첫 발걸음인 셈이다.


드라마 초반 규환(옥택연)이 최인경의 대리운전을 해주면서 라디오에서 정치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자 주파수를 변경하는데 최인경이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규환은 여성인 최인경이 정치를 싫어할 것 같아 주파수를 돌렸고 최인경은 '왜 여자는 정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느냐'며 따져 묻는 것이다. 드라마 <어셈블리>는 신자유주의라는 명목으로 소외되는 사회적 약자인 진상필이 정치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습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되야 했던 것을 변화시키려는 최인경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최인경이 규환을 처음부터 못마땅하게 여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무튼 이번 4회부터 보여질 모습은 한국 정치 그대로의 민낯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 혹은 정치인을 불신하고 심지어는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 이는 그동안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에 학을 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희망은 정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표현은 절대 입에 발린 클리셰가 아니다. 나쁜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무관심이라는 말 역시 있지 않은가.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보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드라마 <어셈블리>를 통해 국민이 정치와 정치인을 어떻게 봐라보고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