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와 손발 오글거리는 드라마 사이에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이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알려졌을 때, <미생> 팬들의 바람은 원작과 다른 '불필요한' 러브 라인을 집어넣지 말라는 것이었다. 원작 작가인 윤태호 작가 역시 이 '러브 라인'을 넣지 않겠다고 다짐한 tvN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수 있도록 허락을 했다고 한다. 사회초년생인 '장그래'가 대기업에 입사하여 경험하는 모든 것을 리얼하게 담는데 멜로가 섞인다면 원작의 의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KBS2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어셈블리>는 해직노동자 진상필(정재영)이 국회의원이 되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를 하는 모습을 그려낼 것이다. 적어도 3회까지 보여준 모습은 진상필의 동지였던 배달수(손병호)와의 투쟁 속에서 왜 자신이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설득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특히나 배달수의 크레인에서의 추락으로 인한 죽음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그럴듯한 정치적 대의명분을 획득하는데 주효했다.
하지만 문제는 배달수의 아들로 나오는 김규환(옥택연)이 아버지 배달수의 죽음의 충격으로 준비해왔던 경찰 공무원 준비를 그만두고, 아버지 죽음에 책임을 진상필에게 돌리는 동시에 그에게 복수를 하기위해 그의 의원실에 인턴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규환이 진상필의 보좌관인 최인경(송윤아)과의 '대리운전' 인연, 포장마차에서 규환과 진상필의 취중 다툼 인연, 그리고 규환이 마침 진상필의 동지인 배달수의 아들이었던 것이 앞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반드시 성립해야할 관계를 위한 무리한 설정이라 치더라도 뜬금없이 나온 규환의 복수 다짐은 혹시나 드라마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어셈블리> 3회. KBS 제공
물론 아직 드라마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이 새로운 갈등이 드라마의 핵심 흥미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최시원이 대통령 후보 최수종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극적 요소가 드라마의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듯이 <어셈블리>에서 규환 역을 맡은 옥택연이 <프레지던트>의 최시원처럼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점을 이용해 시청률 향상의 목적으로 옥상옥의 이야기 구조 속의 캐릭터를 맡았다면 정치드라마 <어셈블리>는 진짜 정치드라마가 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최인경의 비서 출신 송소민(김보미)와의 러브 라인이 예상되는 바 <어셈블리>는 이도저도 아닌 스토리를 가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몇년 전 인터넷에서 한국 미국 일본 3국에서 제작된 의학전문 드라마들의 비교한 내용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주요 내용은 미드의 경우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본업에 집중하고, 일드의 경우 의사들이 가지는 자신들의 신념을 부각시키며, 한국 드라마의 경우 환자도 치료하면서 수습 과정인 레지던트들의 사랑도 챙긴다는 것이었다. 각 국가 시청자들마다 추구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처음에서도 언급하다시피 이제 우리나라 시청자들도 <미생>의 가능성에서 보듯, 뻔하디 뻔한 러브 라인을 삽입하기보다는 좀더 그 드라마의 제작의도에 집중한 작품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어셈블리>는 정치드라마다. 해고노동자 출신이 보수정당인 여당에 전략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이전투구의 의정활동을 경험하면서 노동자 진상필이 간절히 원했던 사회를 국회의원 진상필이 이루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어설픈 정치인 흉내내기와 이야기의 집중을 흩트리는 또 다른 이야기의 진행보다는 현실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당신들이 원했던 모습을 진상필을 통해서 이뤄주길 바랄 것이다. 이제 우리 한국의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잣대는 엄청 높아졌다. 스크린에서만 보던 정재영이 출연하고 송윤아 박영규 장현성을 비롯한 뛰어난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초반의 시청률은 다소 아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를 시청자들이 인정해 줄 것이라 믿는다.
'드라마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셈블리 4회] 진상필, 추경예산에서 국민의 빚을 보다 (0) | 2015.07.24 |
---|---|
[어셈블리 2회]백도현이 진상필을 전략공천한 진짜 이유 (0) | 2015.07.18 |
[어셈블리 1회] 정재영이 외친 “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의 의미 (0) | 2015.07.17 |
[미생 20국] 이 시대 모든 장그래를 위하여 (0) | 2014.12.21 |
[미생 16회] "계약직 장그래를 왜 회사에서 키워줍니까?" (0) | 2014.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