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이 20국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12년부터 이듬해 2013년까지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궜던 웹툰 <미생>을 드라마화 한 이번 드라마 <미생>은 처음에 많은 사람들을 기대와 우려를 낳게했다. 웹툰 <미생>이 종합상사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굉장히 현실감있게 나타냈는데 이것이 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더욱 실감나게 표현할 것이라는 기대와 시청률을 위해 원작의 변형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은 결론적으로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고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공중파 드라마식의 뻔한 성공 스토리도 없었고 그 흔한 러브라인도 없었다.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드라마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특히 '장그래, 더 할 나위 없었다. YES'처럼 뛰어난 CG효과와 장그래(임시완)의 나레이션 장면은 만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미생. 처음 <미생>이 방영되던 즈음, 인터넷에서는 미생의 뜻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인기검색어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바둑 용어로써 완전히 두 집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를 뜻한다. 바둑에서는 두 집이 완성되야 완벽한 집의 구성이 이루어진다. 그처럼 장그래는 자신의 운명의 길과 같았던 바둑의 길을 접고 본인이 뜻하지 않는 종합상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해 미생이 된다.
장그래가 낙하산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된 이유는 대기업 입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졸함이 아닌 자신의 길과 꿈을 잃고 어쩔수없이 살아남기 위해 버텨야했던 그 절박한 모습에 우리 모두가 동감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낙하산 장그래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초반에 인턴 동기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잠시 나왔던 이상현(윤종훈)의 말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온갖 사교육과 스펙 쌓기에 몰두한 이들에게는 장그래가 못마땅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생>의 주인공은 오직 장그래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최선의 노력을 해왔음에도 경쟁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 땅에 모든 이상현 역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장그래는 계약직이다.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4개월. 그 이상 계약을 하게되면 자동으로 정규직 사원이 되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계약 해지로 회사를 나와야 한다. 노력의 질과 양이 다른 장그래는 남들 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자신만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자신의 이름 '그래'의 영어 뜻인 "YES"를 쓴 종이를 회사 정문 기둥에 꽂아두거나 다이어리에 YES을 꾹꾹 눌러 쓴 그는 하루하루 완생이 되어가는 자신을 위한 부적으로 삼았다.
그에게 하루하루 완생이 되어간다는 의미는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의미가 된다. 김대리가 장그래에게 지나가는 식으로 말했던 '출소한 장기수'라는 표현은 적확했다. 다른 동기들처럼 사회생활에 준비가 안된 장그래로서는 묵묵히 버티고 참으며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완벽해 보였던 입사 동기 안영이(강소라)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섭)이 상사와의 불화로 깨져나가던 상황에서 상대가 역류를 취할 때 참고 기다리라는 그의 충고는 억눌렸던 을 장그래가 갑이 되면서 짜릿한 통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버티고 또 버텼지만 계약직 만료 시간은 다가왔다. 과거 이은지라는 계약직 사원의 자살로 인해 앙금의 감정과 부채감이 남아있는 최전무(이경영)와 오차장에게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화해의 순간이 찾아왔다. 박과장의 요르단 중고차 백마진 사건으로 자신의 라인을 잃은 최전무는 오차장을 자신의 라인에 편입하므로써 부사장으로 가는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 조건으로 오 차장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상대가 최전무라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오 차장은 과거 이은지를 생각하며 장그래를 위해 최전무와 손을 잡기로 한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할수록 이상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사업을 관행처럼 있는 꽌시(신뢰관계 형성을 위한 뇌물성 향응)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결국 최전무가 뒤로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의혹이 된다. 최전무도 어느정도 시인했다. 하지만 종합상사에서 일하는 상사맨으로서 조금씩의 '무언가'를 최전무는 스스로 용인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기준은 달라졌고, 결국 박과장처럼 최전무 역시 회사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없다.
장그래는 뛰어난 직감으로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정규직과 원칙이라는 두 갈래 길에서 원칙을 택했다. 장그래가 중국 주재원에게 석대리에게 했던 '절을 받아야될 상황에서 인사를 받았다'는 그 한마디만 안 했어도 회사는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그 역시 정규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영업3팀에게 고스란히 온다는 것을 알기에 불의와 손 잡을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오차장은 그로 인해 기존에 진행하던 중국 관련 사업이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암묵적 압력에 굴복해 사직서를 제출한다. 어쩌면 오차장과 대척점에 서있는 마부장처럼 조직 속에 라인에 기대어 '잡아주고 이끌어주며' 규모가 크고 좋은 사업을 잘 물어와 실적을 많이 올리는 유형의 인물이 좋은 상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 차장은 자신의 신념을 지켰고 그 신념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신념과 다르다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드라마 구조상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연출된 것이라 다소 현실감과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는데 만약 진짜 현실이었다면 아이가 셋 딸린 오차장이 과연 그러한 선택을 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에서의 판타지를 어느정도 실현시킬 필요도 있기에 지나친 현실추구는 지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장그래는 입사 동기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퇴사한다. 퇴사 후 주변 정리를 하며 우유가 상하기 좋게 익어갈 3주가 지나 오 차장이 장그래를 찾아온다. 오 차장은 퇴사 후에 김부련 부장과 함께 회사를 차려 동업을 시작한 것이다. 또다시 장그래는 오 차장의 낙하산으로 입사를 하게 됐지만 이번에는 계약만료가 걱정없는 정규직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명. 김대리가 경력직 채용에 공고를 내자마자 들어온 것이다. 이로써 특공대 영업3팀의 오상식 김동식 장그래가 다시 결합하며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번 백두산 노루꿀을 팔러 나왔던 서진상이 휴대폰 케이스 샘플을 들고 튀었다는 요르단에서의 급보로 장그래와 오차장은 요르단으로 가게된다. 우여곡절 끝에 서진상을 잡아 일을 해결하고 장그래와 오차장은 과거 대상들이 이용했던 무역로의 요지, 페트라에서 그들만의 길을 구축하는 다짐을 세운다.
드라마 시작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미생>은 다행히 끝맺음까지 깔끔하게 하며 대미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을 했다는 점은 물론 처음 우려에서 시작한 임시완의 완벽한 장그래 연기, 오차장역의 이성민, 김대리역의 김대명 분의 앙상블 연기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던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 그 속에 많은 캐릭터의 묘사들은 칭찬에 칭찬을 거듭하기에도 부족하다. 더불어 임시완의 나레이션과 명대사들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웹툰 <미생>은 내년 2015년에 시즌2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드라마 역시 더욱 실감나게 표현되어 시즌 2가 나오길 기대한다.
사족 하나. 웹툰 원작에서는 장그래가 안영이에게 목걸이를 선물하고 단발도 어울릴 것 같다며 약간의 썸을 타는 장면도 있었는데 드라마에서 빠져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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