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백기 씨보다 부족한게 많은 사람입니다. 때문에 많은 순간 순간들이 절박합니다."
1. 계약직 장그래
새해가 되고 계약기간이 1년 남짓 남은 장그래(임시완)를 보는 오 차장(이성민)은 자살한 이은지에 대한 미안한 감정으로 인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래도 안돼!"
고졸 계약직의 정직원 전환 불가라는 현실 앞에 무책임한 격려조차 오 차장에겐 단호하게 끊어야되는 그 어떤 것이다. "그래도 안돼"는 이런 오 차장의 단호한 의지와 "장그래"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이중표현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말 속에는 인턴사원 장그래를 끝까지 안고 가고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2. 부족하지만 해답을 아는 장그래
마침 자원팀에서 선박사고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고 강대리와 장백기(강하늘)는 정신이 없다. 신입인 장백기가 낸 아이디어는 고작 크레인으로 화물 옮기기나 예인선 구조. 사실 이 정도는 다 알고 있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선 씨알도 안 먹히는 방법이기에 방해만 될 뿐이다. 마침 지나가던 장그래가 낸 아이디어, 땜질 처방. 장백기마저 빡치게 만든 이 황당무계 아이디어가 강대리가 받아들이면서 순식간에 "콜럼버스의 사고전환"을 만들어 낸다.
"장그래 사원, 정답은 모르지만 해답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사고가 대충 수습된 후 한숨을 돌린 뒤 오차장을 만난 강대리가 입가에 미소를 띄며 장그래를 칭찬한다. 평소 무표정한 얼굴에다 칭찬에 인색한 강대리가 장그래를 칭찬하는 것을 본 장백기, 질투심과 열등감이 폭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출팔선도 다르고 달려온 길도 다른 낙하산 장그래가 너무나 손 쉽게 인정받는게 도무지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몇달 전 PT 면접 후 탈락한 이상현(윤종훈)과 다시 만난 장백기는 그의 말에 동요되기 시작한다. 사실 이상현의 말대로 드라마 속 원 인터내셔널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초등학교 떄부터 수많은 학원, 과외를 통해 명문대 진학, 그리고 어학연수, 자격증, 학교성적이라는 고스펙을 지니고서도 또 경쟁을 통해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장그래에 대한 비난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면 고스펙이 편안한 대기업의 사원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까. 정답은 아직도 신입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마음은 사업기획서를 작성해서 강대리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은 장백기를 통해 알 수 있다.
3. 탈탈 털린 한석율과 멘붕 안영이
회사 인트라넷 익명게시판에서의 상사 뒷담화는 한석율(변요한)에게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다. 결과적으로 보기만해도 빡치는 성대리에게 굴복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 초반 자신만만했던 개벽이 한석율이 한순간에 영혼까지 털려 성대리 자리 쓰레기통에 들어간 찢어진 문서가 됐다. 장그래가 충고한 "적이 강할 때 끝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못 참고 한 성급한 행동이 이런 비극을 만들어 냈다.
한편,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았던 안영이(강소라)는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아버지 때문에 하루내내 멘붕이 된 모습을 보여줬다. 완벽한 존재라도 빈틈은 있는 법. 안영이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입사 1년 남짓된 딸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게하는 사람이었다. 컴플렉스와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단단한 방어막을 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원작에서는 안영이 아버지가 전직 군인으로 나왔는데 드라마 버전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4.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양말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장그래와 장백기의 관계는 언젠가는 한번 털고 가야할 사이였다. 장백기 입장에서도 장그래가 썩 내키지 않은 상태였고, 장그래 입장에서도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면 더 멀어지고 가까이 갔다싶으면 다시 도돌이표가 되는 장백기가 여간 답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의 발달은 장그래의 사업 아이템 PT였다. 야심차게 전기자동차의 렌트사업에 대해 준비했지만, 오 차장에게 받은 평가는 '헛똑똑이'. 장그래는 입사 1년도 됐겠다,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과 그럴듯한 전문용어를 써가며, 그럴듯하게 발표까지 했지만 핵심이 빠졌다. 고민 끝에 오차장은 장그래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기 위해 10만원을 주며 '진짜 장사'를 하라며 밑천을 대준다.
한편, 우연찮게 장그래의 PT 자료를 본 장백기의 소감을 들은 강대리 역시 김대리에게 부탁해 장그래와 같이 장사해 보라고 했다. 장백기가 분석한 장그래의 자료의 문재점 파악이 강대리에게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10만원을 가지고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값 싸고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것. 장그래의 눈에 남대문 시장의 중국제 양말과 팬티가 보였다. 아이템 선정은 일단 성공.
그렇다면 이제 파는 일만 남았다. 구매 담당은 장백기가 했다. 바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학교 선배를 찾아가 구매를 부탁했다. 처음 두 사람을 기쁘게 맞아줬던 그 선배는 양말과 팬티를 보고 구매자 모드로 돌변하여 꼼꼼히 살펴보며 이리 재고 저리 쟀다. 대답은 "NO". 인맥을 통해 미션을 해결하려 했던 장백기는 예상치 못한 선배의 태도에 당황했다.
장그래와 장백기는 그저 싼 물건과 인맥을 통해 물건을 팔려고 했던 것이다. 구매자 입장이 되어 이 물건을 굳이 사야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지 않았던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큰 망신을 당하고 나서야 앞이 깜깜해진 장그래는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를 찾아 간다. 바로 한국기원. 장그래에게 기원은 꿈이자 미래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바둑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상사맨이 된 장그래에게 지금 그곳은 가고싶지 않지만 가야할 지옥이었다.
"그래야, 넌 여길 오는 게 아니였던 것 같다"
과거에 알고 지내던 팀장님의 말에 순간 장그래의 머릿 속을 스치고 간 오차장의 "가족 금지" 엄령이 가슴을 후벼팠다. 종합상사 사원으로서 옛과거이자 가족들이 있는 그곳에서 동정심을 이용해 물건을 판다는 것은 반칙이었다. 그의 나레이션에서처럼 차라리 망각이 최고의 선물인 이 순간, 한국기원을 떠나는 장그래의 발걸음엔 물건을 못 팔았다는 아쉬움보다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와의 불편한 만남이라는 괴로움이 묻어나왔다.
마감 시간을 앞두고 회사로 향하는 두 사람 앞에 양말과 팬티가 필요한 장소에 발걸음이 멈췄다. 24시 찜질 사우나. 직장인이라면 때때로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지만 미처 여분의 속옷과 양말이 준비되지 않아 찝집한 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신입 때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는 장사 실습에 옛 생각이 나는 사회 선배님의 도움까지 바랄 수가 있다. 그렇다고 맨 정신으로 할 수 있겠는가. 장그래와 장백기는 깡소주를 들이킨다.
완판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이제야 장사의 본질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한결 부드러움을 느낀다. 한국기원에서 장그래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된 탓일까. 회사로 돌아온 장백기는 장그래에게 서로의 시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내일 보자는 말을 남긴다. 어색했던 둘 사이에 훈풍이 돌고 있다.
한편 저녁까지 장그래를 기다리던 오 차장은 고졸 사원의 정규직 전환 케이스가 전무하다는 인사팀 직원에 말에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면서 시간을 오버했지만 장사는 잘 마치고 돌아온 장그래가 대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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