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우리들은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도 애를 쓰던가. 사물이 되었든, 성과물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그 대상에게 의존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게 대부분이다. 자신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으면 외로움 소외감 등을 느끼며 결국엔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원 인터내셔널의 신입사원 동기 중 가장 뒤쳐졌다고 여겼던 장그래(임시완)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고 있을 때 옆에서 동기들이 느꼈을 왠지 모를 부러움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작게 만들었을 것이다.
특히 최고의 스펙으로 입사한 장백기(강하늘)의 경우 제3자에게 뻔히 보이는 문제가 정작 자신은 무엇인지 몰라 헤맬 때 느꼈을 감정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겪었을 고통일 것이다. 뒤쳐지는 느낌, 제자리 걸음. 이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바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장그래에 대한 상대적인 질투심.
하지만 낙하산 출신 장그래에게 신입사원이 지켜야할 기본이니, 절차니, 또는 아무런 영향력 없는 신입사원의 위치 따위를 설파했던 장백기 본인이 그러한 가치들을 인정하지 못해 헤드헌터에게 이직을 요청했을 때 얼마나 아이러니 했던가. 그러다 어디에서부터 꼬인 줄도 모르게 멘붕이 되었던 장백기는 기초적인 엑셀 작업과 문장 줄이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장그래와 비교되는 자신의 존재에 깊이 실망하여 사수인 강대리에게 술 한잔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고자 하지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그에게 "술"이란 첫 글자를 꺼내기도 힘들다. 하지만 동기 한석율이 그토록 극구 반대했던 상사와의 '사우나 트기'가 강대리와 이뤄져서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술 한 잔 하시죠"
자신을 존재케 하는 동기부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강대리는 영업3팀과 다른 철강팀 업무의 특성을 다시 한번 거론하며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기부여는 스스로 성취하는 것이라며 끝을 맺는다.
장백기는 아마도 처음부터 신입인 주제에 감히 사업을 기획하고 팀을 주도하는 것을 꿈꿨던 것은 아닐까. 엘레베이터에서 안영이(강소라)와의 대화에서처럼 문제가 많은 영업3팀보다는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게 더 좋을 지 모른다. 장백기는 이미 이 대화에서 조삼모사를 인용하며 스스로의 해답을 찾았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이 장백기의 현재 모습인 것이다.
만약 장백기가 헤드헌터를 따라 이직에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거기에선 자신의 능력은 충분히 발휘했을까? 아마도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을 것이다. 똑똑하기에 자신 이외에 모든 것들이 문제라는 사고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업무가 장기적이고 고정된 철강팀은 장백기에게 있어서 가장 큰 수업료를 내고 들어야 하는 전공 필수 과목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장백기는 훌륭한 원 인터내셔널 인재가 될 수 있다.
반면 장그래는 뛰어난 스펙은 없지만 판은 읽을 수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능력. 거기에 출소한 장기수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수용하려는 우직하고 미련한 태도. 이것이 2년 계약직 인턴임에도 사람 구실하며 살 수 있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장그래,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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