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에게는 엄청난 마법 능력이 있었다. 바로 원하는 모든 것을 얼릴 수 있는 능력이다. 동생 안나와의 놀이에선 그저 마법같은 능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강력해져 사람들을 해칠 수 있는 악마의 기술이 되어간다.
엘사에게 이러한 능력은 타고난 것이다.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할 수 없는 숙명적인 그 무엇이었다. 이전 디즈니 시리즈물이었다면 백마 탄 왕자의 사랑으로 고칠 수 있었겠지만 엘사는 오로지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엘사의 아버지인 왕은 성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고 차단함으로써 딸인 엘사를 지키고자 한다. 그리고 장갑 한 짝을 주며 얼음 마법이 사용될 수 없도록 완전히 엘사를 억압한다.
엘사는 바깥과 소통을 하고 싶지만 숙명적인 자신의 마법 능력 때문에 갇히게 되고 주체적인 행동을 하는데 방해를 받는다.
뜻하지 않은 왕과 왕비의 죽음으로 성 안은 더욱 쓸쓸함으로 휩싸이고 엘사와 안나를 갈라놓은 방 문은 굳게 닫혀있다.
시간이 흘러 엘사가 성년이 되어 여왕 대관식을 할 때가 되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하지만 그 대관식마저도 엘사는 자신의 마법이 사람들에게 들킬까 두려워 감정을 숨기고 조심한다. 결국 안나의 돌발적인 결혼 발표로 흥분한 엘사가 자신의 마법을 써버리고 온세상을 겨울왕국으로 만들어 버린채 북쪽 산으로 향한다.
과거 여러 디즈니 시리즈물과 달리 이번 <겨울왕국 Frozen>은 여러 영화평론가들의 말처럼 여성의 주체성을 나타내는데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배타성과 차별성에 대해서도 나타낸 것 같아 단순히 어린이용 영화가 될 수 없음을 보인다.
엘사의 마법 능력은 처음부터 타고난 숙명적인 것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억압받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연결된다. 엘사는 자신으로 마법능력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되어 성 안에 감금되다시피 사는데, 이때 그녀의 보호자가 되는 부모인 왕과 왕비가 이러한 결정을 내렸음을 알아야 한다.
명분은 엘사를 보호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엘사를 사람들과 격리시키는 장치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등이 사회로부터 느끼는 차별을 비유해서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엘사가 자신의 마법 능렵을 본의 아니게 사람들 앞에서 보이게 되고 당황한 나머지 산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자신만의 얼음궁전을 짓고 스스로 억압에서 풀려나 행복하다고 합리화하지만 과연 그럴까.
엘사의 노래 <Let it go> 가사 중 "넌 늘 착한 아이로 보여야 해, 네 감정을 숨겨 들켜선 절대 안돼" 부분이 엘사가 성 안에 숨어지내는 동안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이었다.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긴 채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삶의 양식을 따르며 살았지만, 진정 행복한 삶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쪽 산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산다는 것은 또다른 도피의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함께 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엔 수많은 약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사회의 고정관념이 스스로를 얽매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시 인권헌장을 놓고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아직 우리 사회에 엘사가 많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엘사를 마녀로 낙인 찍고 격리시키려는 한스와 같은 기득권층과 친구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녹일 수 있는 올라프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도 언젠가는 엘사가 될 수 있다. <겨울왕국>처럼 꽁꽁 언 세상에서 우리 스스로 살아남는 길은 언니를 위한 안나 그리고 올라프, 클리스토프가 되어 서로를 사랑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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