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당초 서청원 의원과의 대결에서 막판 박근혜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가설이 불거지면서 김무성 대표에게 불리하게 전망되었지만, 의외로 8%라는 큰 표차이로 서청원 의원을 이겼다. 뿐만 아니라 2위 서청원 의원을 제외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비박’들로 구성돼 당원들의 당심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박 좌장’으로 불리며 친박세력의 선봉에 있었다. 또한 무대(무성 대장)이란 말이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위해 몸을 받치며 ‘역경’들을 이겨내 왔다.
하지만 2009년 친이계 쪽에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제의와 세종시 문제를 두고 박근혜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며 거리가 멀어졌다.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관계가 어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무성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당시 친이계의 공천 낙천으로 인해 친박 무소속 연대로 당선이 되었고, 2012년에는 친박이 장악한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못 얻어 ‘백의종군’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해 대선에서 선대위원장이 되면서 박근혜 전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데 큰 힘이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서로 정치적인 이득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사람들의 평가다.
이렇듯 김무성 의원은 부침에 상관없이 ‘박근혜’ 한 분을 위해서 정치를 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무성 의원의 인간적인 됨됨이를 칭찬하거나 유일무의 차세대 지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5선에 빛나는 화려한 정치경력을 지닌 노련한 정치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의 수읽기가 탁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청와대를 비롯한 여당은 사실상 사면초가 상태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2명의 국무총리 낙마, 그리고 현재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자격 결격사유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6.4 지방선거를 통해서 불거진 ‘친박’의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터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비정상의 정상화나 적폐 청산, 국가개조 등 나름 국정운영에 있어 뭔가 있어 보이는 말들을 해왔지만 실제 실속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집토끼인 새누리당의 ‘친박’ 일색은 대통령이 말하는 정상화이고 적폐 청산이고 개조된 모습이었을까? 사실 2012년 총선 때부터 당시 박근혜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된 후 당은 모두 자신들의 사람들로 채워넣었다. 그 이후로 시작된 친박 행진은 박근혜 정부 집권 17개월 만에 비박의 사람들이 당을 차지한 것이다. ‘친박’ 서청원 의원이 2위로 최고위원이 되었다고 하지만 옹색하다.
과거 국가의 통치자나 정치인들이 보통 착각하는 경우가 자기 사람들로만 채워넣을 경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는 반대자들과 함께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최상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북한의 1당독재체제를 보라. 과연 1인자의 말 한마디로 국가 운영되는 시스템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번 김무성 당대표의 선출은 친박 주류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좀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담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당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모두 다 친박이라고 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도 보임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 속에 보여줬던 ‘여당 속 야당’의 프레임을 따라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은 당장 앞으로 7.30 재보선이 있다. 이 재보선의 결과는 전적으로 김무성 신임 당대표에게 일임될 것으로 보이는데, 심한 완패를 하더라도 사퇴까지 갈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2016년 총선의 공천권을 두고 얼마나 안팎의 역학관계를 잘 조정하여 좋은 결과를 내 2017년 대선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잘 구축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의 훌륭한 협상 경력이 있는 만큼,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고, 청와대와는 협력과 견제의 자세를 모두 적절히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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