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리뷰

[미생 8국] 신념이 조롱거리가 된 시대

샐러리맨에게 월급과 승진을 빼면 무엇이 남을지 물었던 김동식 대리의 질문은 의미심장했다. 인력충원 없이 모든 일을 일당백으로 맞서야 했던 영업3팀에게 또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상명하복이라는 조직의 체계상 눈 앞에서 희토류 건을 전무 라인의 자원팀에게 빼앗긴 영업3팀에게 아랍 메카폰 거래 건은 샐러리맨에게 월급과 승진 이외의 또 하나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회이자 위기였다.



접대. 사전적 표현으로는 손님을 맞이하여 음식 등을 차려 모시거나 시중을 든다는 뜻이지만 상사맨에게 접대는 계약체결을 위한 음지에서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였다. 특히 1차와 2차가 세분화된 접대에서는 범법행위임을 알면서도 살기 위해 범법행위를 저질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할 때도 있다. 여기서 범법행위란 2차에서의 성접대를 뜻한다.


애초 IT영업팀에서 넘어온 메카폰 건은 아랍 지역의 풍부한 인프라와 뿌리를 두고 있는 문충기 대표와의 접대에서 승부가 갈리는 이상한 비즈니스가 핵심이다. 결국 2차 접대의 유무에 따라 계약 성사가 달린 일이라 어찌보면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는 계약인 것이다. 오과장이 김부련 부장 앞에서 정색을 하며 이 계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범법행위까지 하며 일을 할 수 없다는 신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장그래(임시완)의 나레이션에서 신념이 조롱거리가 된 시대에 김부장의 인력충원이라는 보상에 눈 딱 감고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오과장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없었다.


병든 닭 같은 얼굴을 한 김대리의 조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파오지만 해맑은 목소리로 양념반 후라이드반 치킨을 찾는 아들의 목소리에 오과장은 또 다시 내적갈등에 빠지는 것이다.


"동식아, 우리 하자" 드디어 오과장이 신념을 버린 것일까? "하자!"의 말 속에 숨은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자료 속에 답이 있다는 오과장의 노련미와 1차 접대 전에 끝내기 위한 한상율 안영이의 케미 돋는 접대 시뮬레이션 속에서 영업3팀의 문충기 대표 접대 프로젝트는 그렇게 완성이 되어갔다.


하지만 뛰어난 작전은 전투에서의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문충기 대표의 선제 공격은 영업3팀의 작전 계획을 초라하게 만들었고 결국, 오과장의 2차 접대를 위한 호텔 키와 180도에 가까운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로 완패로 끝나게 되었다. 신념이 조롱거리가 된 시대에 먹고 사는 문제는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럼에서 다음날 오과장은 기만술로 적을 속여 적어게 치명타를 가했음을 고백한다. 바로 결혼기념일을 맞아 문충기 대표의 아내로 하여금 문 대표를 접대 하도록 한 것이다.


계약을 포기하면서 신념을 지킨 오과장은 김부장에게 깨지긴 했지만, 어쨌든 신념을 지켰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넘어온 빵구난 계약 건을 맡게 되고 인력 보충은 물 건너간 상황에서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온 아들의 치킨 타령에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오과장의 졸도와 코피 그리고 행방불명은 영업3팀으로 하여금 아찔한 상황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층의 허리 40대. 그중에서 오과장은 어떤 40대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공과 사 구별없는 오과장의 인생에서 건강의 문제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오과장 행방불명 에피소드는 싱겁게 끝나고 아랍 메가폰 건 역시 실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문충기 대표의 아내를 공략한 오과장의 기지로 인해 예상 외의 2배 물량 계약을 따내게 된다.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설정이었지만 지나치지는 않았다.



한편 인던 동기 중 능력이 제일 뛰어나지만 소속부서에서 업신여김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장백기와 상명하복이이라는 조직체계에 순응하기로 결정한 안영이(강소라)의 모습이 점점 부각되어 다음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돋우었다.


그럼에도 영업3팀의 또다른 위기는 인력보충으로 온 박과장(김희원)의 등장으로 고조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