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열대야 특집] 냉동 연예인 박준형과 후루룩 이국주의 앙상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에는 god 지오디라는 그룹가수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아이돌그룹처럼 멤버들의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음악적으로도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대신 차분했다. 손호영 박준형 윤계상 데니안 김태우, 이 다섯명 각각은 어느 하나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지만 하나로 모였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팀, 그룹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흥망성쇠가 있는 법. 윤계상의 탈퇴 이후로 god는 점점 내리막을 걸었다. 그렇게 어느순간 우리의 기억 속에서 떠났던 god가 올해 컴백하며 팬들 앞에 다시 섰다. 콘서트를 통해 자신들의 건재를 알린 god는 하늘색 풍선과 함께 팬들과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박준형을 비롯한 손호영 데니안이 <무한도전>에 나와 오랜만에 예능 나들이에 나섰다.

열대야 특집으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마치 2011년에 했던 <동거동락> 특집을 연상케 했다. 유재석 하하 노홍철은 자신들의 주위 연예인들에게 마구잡이 전화를 걸어 열대야를 같이 보낼 것을 제안했다. 2011년 동거동락 특집 역시 폭우로 인하여 야외 촬영이 불가능하자 뜬금없이 스케줄 가능한 연예인들을 불러 예상치 못한 최고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 물론 이번 열대야 특집은 촬영의 악조건 때문에 급조된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겠지만, 섭외 과정은 여느 예능과는 차별된 <무한도전>만의 방식이었다.

섭외된 게스트는 이국주 남창희 홍진영 김원준 김승수 김제동 박준형 손호영 데니안 이었다. 얼마나 초호화 캐스팅인가. 다른 예능에서 급조해서 이렇게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 수 있을까? 특히 무엇보다 이국주의 참여는 정말 '신의 한수'였다. 이국주는 MBC개그우먼이지만 tvN 코미디빅리그(코빅)에서 후루룩 송을 비롯해 많은 식신 송을 부르고, 김보성의 재기를 가능케 했던 '으리 으리'를 외치며 단박에 핫이슈로 등극했다. 물론 콩트만 하던 코미디언이 예능에 나와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처음엔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등장부터 압도적인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복고 댄스로 정점을 찍었다. 이전에 <무한도전> 출연 당시 박명수라는 압도감에 위축되었던 이국주는 이번 방송을 통해 박명수 공포증을 완전히 떨쳐냈다.

홍진영의 참여 역시 이국주가 갖고 있지 못한 매력(?)을 보완할 수 있는 최고의 게스트였다. 푼수끼도 있으면서 여성적인 매력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홍진영은  동갑 이국주와의 적절한 라이벌 케미를 통해 <무한도전> 열대야 특집을 더욱 빛나게 했다.

사실 무엇보다 이번 열대야 특집의 하이라이트는 god 박준형의 등장이었다. 9년 만에 MBC를 방문한 준형은 계속 10년도 더 지난 <목표달성 토요일>을 외치면서 과거로 타임슬립한 '냉동 연예인'의 컨셉으로 방송을 압도했다. 같이 나온 김원준과 같이 '옛날 사람'이라고 비웃음을 당했지만 복고가 가져다 주는 예상치 못한 재미는 댄스타임에서 <무한도전>멤버들과 게스트들이 기차놀이를 하며 최고의 앙상블로 마무리가 되었다.

특히 김원준의 찢어진 청바지와 청청 패션, '옛날 사람'들의 요즘 아이돌 노래 못 알아듣기는 세월의 흔적을 실감케 하는 가슴 아픈 상징 중 하나지만, 중간중간 나왔던 그시절 '핑클', 김원준의 <모두 잠든 후에> 같은 요소는 오히려 시청자들을 하여금 과거를 회상케하는 반가운 소재였던 것이다.

길고 긴 열대야의 밤은 홍진영과 이국주와 사온 닭발과 족발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오히려 이러한 파티는 열대야가 아닌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뜬금없지만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최고의 밤을 선사했다.

다음주 <무한도전> 예고

영화 <군도>를 패러디한 <무도>:폭염의 시대가 방송된다. 얼음을 독점하고 있는 김 대감의 학정에 맞서 얼음을 가지고 추격전을 펼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