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파파이스>의 김어준 총수가 모처로 또 일시 망명(?)을 하여 2주간 나오지 못했다.
어쩌면 그전에 김어준 총수가 빠지면 한겨레 김외현 기자나 김용민 PD가 MC를 해서 핵노잼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바로 김갑수 문화평론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김갑수를 치면 많은 사람이 나오지만 바로 이 사람이다.
김갑수 문화평론가. MBC <100분 토론> 화면 캡쳐
김갑수 문화평론가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노출된 시기는 2012년 대선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전에 여러 방면에서 활동을 했었다. 아무튼 김갑수는 당시 야권 쪽 패널로 나오긴 했지만,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뤄지는 2012년에 상황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빠져들게 했다. 그의 말빨이란 뭐,,, 익히 다 아는바.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종편 채널에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그 모습은 흡사 '바보 김갑수'가 된 것처럼 보였다. 토론 프로그램은 물론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국 현안에 대해 뛰어난 분석 능력을 보였던 그가 이제는 종편에 가서 1대100을 상대로 자청하여 바보가 되기를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필자 뿐만 아니라 김갑수란 사람을 좋아했던 이라면 아마 모두가 실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것이 김갑수의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벙커1에서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가 진행하던 <대국민 상담소>에 나와서 황상민 교수와 쉼없이 현 권력 지도부에 대한 분석과 의견 개진에 힘을 쏟았다. 아직 촉이 죽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작년 말 <김어준의 파파이스> 2014년 총정리 편에 나와 마이크를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당신의 존재감을 증명했었다. 또한 이번 <김어준의 파파이스> 51회와 52회에서는 김어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김갑수의 파파이스>를 만들며 MC와 게스트를 병풍(?)으로 만들면서까지 방송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갑수는 자기 비하까지 해가며 돈을 많이 주는 종편 출연에 대한 장점을 말하기도 했는데, 어쩌면 김갑수는 스스로 왕따가 될 각오를 하고 호랑이굴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아무로 상대도 하지 말아야할 종편이지만 김갑수는 거기에 가서 어쨌거나 반대자 노릇을 하면서 균형추 역할을 했다. 만약 종편에서 김갑수가 없었다면 그저 남 뒷담만 까는 일반인들의 사석과도 같은 방송이 되었겠지만 김갑수가 있었기에 반대자 역할을 하며 방송다운 방송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가끔씩 김갑수의 따끔한 일침으로 이봉규의 입을 막는 것은 덤이다.
그래도 김갑수가 나오는 종편 방송을 볼 때면 '저 사람이 왜 저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2주간의 <파파이스> 출연으로 김갑수가 집중한 문제는 "친노"였다. 전체적인 큰 틀에서 보자면 새누리당이나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에서 진보세력들을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종북이란 이름으로 프레임에 가두고, 친노와 비노로 갈등을 야기하는 상황과 이에 저항하기는커녕 동조하는 야당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사람들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청래 막말 파문으로 촉발된 새정치연합 내분 상황에서 호남 정치를 얘기하고 실체도 없는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역설했는데, 한평생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힘써 온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신의 계보 조직에 무신경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들먹거리는 것 자체에 대해 비판을 했다. 이런 식의 내분은 결국 분열로 이어지고 내년에 총선부터 내후년의 대선까지 필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했다는 표현을 했다. 참여정부 시절에 있었던 여러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분야에 있었던 일을 거론하며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하고자 했고, 실제로 부유세라 할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김갑수는 오히려 자신을 '친노'라고 지목하는데에 반대하지 말고 옹호하고 좋아하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힐 때 약한 자가 표현하는 반응이 재밌어서 그릇된 심리로 지속하는 것이다. 만약 저들이 자신들을 '종북' '친노'라고 낙인찍는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김갑수는 스스로 '종북'이라고 칭하면서 보수단체가 정의한 종북의 의미를 '민주주의와 인권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자'라며 오히려 즐기고 있다.
물론 문화평론가로서의 입장과 정치인으로서의 입장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의 주장은 까짓거 쿨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평가의 몫은 국민들이니까 말이다. 친노라는 표현에 자신들도 마땅치않게 생각한다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친노'란 단어기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이란 인물에 긍정적 평가를 부여해야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들은 새정치연합 사람들이다. 김갑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힘을 '저 사람이 당선되면 뭔가 바뀌겠구나'하는 일종의 기대감 열망으로 분석했다. 가뜩이나 지금과 같이 불리한 상황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러한 모습이 더욱 더 필요할 때이다.하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 노무현을 계승하겠다는 문재인 대표나 친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이러한 모습을 따라하려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은 결국 '거세'되었다.
정말이지 새정치연합은 한겨레의 성한용 기자와 김갑수의 지적처럼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보인다. 그저 주어진 영토에서 조금 더 땅을 더 차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오히려 진정한 '친노'인 노건호 씨만이 그의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진실인 역설에 빠지고 만다.
김갑수의 <파파이스> 출연은 반가우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만 너무 마이크를 독점하려는 욕심 때문에 PD가 편집에서 애를 먹고 초대한 게스트를 뻘쭘하게 만드는 것은 단점이다.
이왕 한발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황상민 교수도 출연시켜 진정한 '구라'들의 대화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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