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어깨에 매달린 새정치의 미래

'문재인 흔들기'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응답은 '김상곤'이었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으로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란과 내홍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흔히 비노 비주류로 불리는 사람들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문재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실제로는 흔들기)을 외치며 자신들의 본색을 드러내는 데 이른다.

바로 공천.

민주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다른 나라도 그러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의 꽃은 국회의원 선거다. 대통령 선거가 가장 큰 의미를 차지하긴 하지만 선출되는 사람은 오직 한 명일 뿐이고, 오히려 여당일 때보다 야당일 때가 유리한 포지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자신의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되야하고, 그 전에 당에서 공천을 받아 후보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럼 공천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 새누리당에 박근혜 대통령 계열의 '친박계', 이명박 전 대통령 계열의 '친이계'가 존재하듯, 새정치연합에도 여러 계파가 존재한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김한길계', 손학규 전 의원으로 하는 '손학규계'.

이러한 계파가 형성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람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만나 모임을 갖고, 뜻을 나누고, 선거를 앞두고는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력을 행사해야 한다.

힘이 있고 영향력이 센 계파에 속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은 한 당 안에서도 끼리끼리 뭉치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그렇지만 새정치연합 역시 내년 4월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 선거구 후보 선출을 위해 공천 논의가 솔솔 나올텐데, 지금의 당 대표는 문재인 대표다. 공천에서 당 대표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지난 총선들에서의 모습이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치뤄진 총선에서 친이계 강재섭 대표의 '친박계 공천 학살'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현재 문재인 대표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비노' '비주류' 인사들의 문재인 흔들기의 핵심은 '공천권'에 있다. 그러면서 명분은 4.29 재보선에 참패하고 현 당 운영에 파행을 가져온 '친노 패권주의 수장' 문재인 대표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과연 '친노'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과 새정치연합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친노계' 혹은 '친문계'란 "실체없는 계파"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단지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함께 일해 온 청와대 인사들과의 친분이 있다는 것 뿐이지, 그들이 '비선'으로 활동하면서 당 운영을 좌지우지 한다는 비주류들의 주장들은 다소 견강부회하는 감이 있어 보인다.

여러 언론사들이 여론기관에 의뢰해 얻은 여론조사들을 종합적으로 요약하자면,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선 참패에 책임은 있지만, 사퇴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호남계 정치인들은 호남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고 하는데, 호남의 실제 민심은 문재인 대표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전체에 대한 반감이다. 김한길 의원이 공동대표일 때 7.30 재보선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순천 곡성 지역에서 당선됐으며, 이번 4.29 재보선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권노갑 고문한테 고개를 숙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동교동계는 돕는 척하면서 광주를 일부러 방치했고,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데 '일조'했다. 그리고선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외친다.

내년 20대 총선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조정 편결로 호남 지역 선거구의 축소 개편이 불가피하다. 선거구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당 대표는 그들이 말하는 '친노'이고, 출마할 지역이 줄어들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숨겨진 핵심을 간파하고 정곡을 찔렀으나, 오히려 역으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드라마 <미생> 대사 중 '상대가 일으킨 역류에 반응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을 빗대어 생각한다면 정청래 의원은 급하게 반응하여 역류에 떠내려가 버렸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이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잠시 참고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큰 물 흐름이 지나갔다고 판단했을 때 쯤, 혁신기구 설치안을 내놓았다.

물론 우유부단하고 아직 정치경험이 부족한 문재인 대표의 모습은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재원 의원과의 봉건적 '형님 주종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 대표로서 당을 분열시키려는 불온한 뜻을 품지 않게 카리스마를 보여야 했다.

시인 겸 문화평론가 김갑수는 <김어준의 파파이스 51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분열 통치'라고 규정하며 통합진보당 사태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야권의 '내부 모순'을 자극하며 분열시켜 왔다고 진단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으로 보이는 내부분열은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매우 적합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번째로 안철수를 '유아틱'하게 만들어 보냈고, 이번에는 문재인을 보낼 차례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친일파를 양성하고 우리 민족끼리 분열을 시켰고,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에는 호남와 영남이라는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정치적인 이득을 얻어다면, 이제는 통합진보당을 보내고, 새정치연합을 쪼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부 총질에 내부 사람들이 장단을 맞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땅콩회항'은 이 분위기 '유전집유 무전복역' 판결을 이끌어냈고, 앞으로 '성완종 리스트' 수사 역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100년 넘게 이와 비슷한 모습을 많이 봐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각성해야 한다. 그들은 'DJ 정신, 노무현 정신'을 승계한다고 하지만, 당을 망치는 해당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에서의 '물세례'이다.

'공천 지분'이라는 속마음이 들켰고, 이는 전투 전에 작전계획이 유출된 것과 같다. 작전계획을 바꾸던지 항복 선언을 해야 한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으로 위원장으로 하는 초계파 혁신기구가 출범한다. 안철수, 조국을 거쳐 뛰어난 교육행정가 출신인 김상곤 전 교육감에게 자리가 돌아갔지만, 의문부호가 남는다. 과연 계파 사이에서 정치적 외압에 흔들림 없이 혁신을 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역사적 사례로 봤을 때 2009년 이후 이러한 혁신기구가 만들어진 게 벌써 이번으로 7번째라고 한다. 그 간에 6번은 흐지부지 끝났고, 이번이 7번째이니 이번에도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일 뿐이다. 만날 속으면서도 본다는 '한국축구'도 때때로 강팀을 만나 이기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 때처럼 기적을 연출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표는 어쨌거나 차기 대선 주자이고, 그 길로 가는 도중 당 대표로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혁신기구 방안을 내놓았고, 자신이 선택한 이상, 어떤 결과가 발생하든지 책임과 입장이 따를 것이다.

대통령되기 참 어렵다. 누구는 아버지 잘 만나 편하게 대통령 됐는데. 

그럼에도 이런 시련을 겪은 후에야 큰소리 칠 수 있다. "나 이거이거 했으니 대통령으로 뽑아줘야 하는거 아니냐"하고 말이다.

한편 편하게 대통령이 되신 분은 "아버지덕"이란 뒷말만 나올 뿐 스스로 내세울 게 없으니 얼마나 좌불안석일까. 그래서 자신이 살아남고 돋보이기 위해 상대를 분열시키는 전략을 쓰고픈 유혹이 강렬히 생긴다.

24일, 문재인 대표와의 단독 회동을 마친 김상곤 전 교육감은 스스로 "독배"를 마시고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운명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혁신기구를 기회 삼아 야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만약 여기에서 실패한다면, 내년 총선 역시 지리멸렬이고, 그 다음 해 대선 역시 필패다. 그렇다면 일본의 자민당과 같은 새누리당 '영구 집권'은 현실이 된다.

당은 '무리,집단'이고 'party'다. 뭉쳐야 산다. 선거 때만 되면 뭉치는 새누리당을 보라. 이기고 싶다면 알량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뭉쳐야 한다. 새정치는 뭉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