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 합의를 놓고 각계각층에서 비판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청와대에서는 "미봉책"과 "월권"이란 강한 어조의 단어를 써가며 불만의 표시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고,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공무원연금 개혁안
우선 기본적인 큰 틀은 공무원연금의 기여율을 7%에서 9%로 높이고 연금지급률을 1.9%에서 1.7%로 줄이는 것입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점차 늘어가는 국가 재정의 부담을 줄여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게 하기 위함입니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 현직에 재직할 때 자신의 소득의 7%와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는 7%를 더해 14%를 다달이 부어서 공무원 퇴직 후 이를 매달 연금의 형태로 받게 됩니다. 문제는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는 부분이 점차 늘어나게 되고 이는 미래세대가 납부하는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더 내고 덜 받는' 데 초점이 맞춘 이유입니다.
우선 이번 개혁안 합의를 통해 2085년까지 333조원의 재정절감을 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이는 현행 구조라면 앞으로 70년간 1987조원이 투입될 총 재정부담금이 개혁안을 통해 1654조원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333조원 재정절감이라는 수치도 어마어마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초기 당시 예상했던 이른바 '김용하안'의 재정절감 효과는 약 394조원입니다. 하지만 공무원단체와 야당의 반대로 협상을 통해 이렇게 변화폭이 축소된 것입니다. 그렇다고해서 공무원단체와 야당에 대해 비판만 할 문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에게는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주요 노후소득원이고 오히려 이 공적연금이 대다수 하위직 공무원들에겐 많은 금액이 아닌데 개혁을 통해 자신들이 받을 연금액을 확 줄여버리면 재정부담은 감소할 지 모르지만 퇴직공무원들의 생활수준은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여론이 이번 개혁안에 실망하는 이유는 공무원연금의 정부기여분이 결국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고 공무원이 아닌 국민들 입장에서는 왜 세금으로 공무원연금 기금을 기여하는지 불만을 갖는 의견이 있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때문에 과감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재정부담이 적어지는 것이 일반 국민들이 바라는 진심일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공무원 급수와 임용연수, 그리고 재직 기간에 따라 부담할 보험료와 연금액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무원연금 현행과 개혁안 비교
공무원연금 지급율과 기여율 단계적 변화와 적용연수
공무원연금 급수별 월보험료 예상액
공무원연금 급수별 임용연수별 연금액
이중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 지급률인데요. 위 표에서 보시다시피 무려 20년에 걸쳐 1.9%에서 1.7%로 감소합니다. 너무 장기간에 걸쳐 감소하다보니 공무원연금의 개혁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밖에 이번 여야 합의안에서 새로 추가된 부분이 하후상박의 소득재분배 고려입니다. 위 월보험료와 연금액 표를 보게되면 급수가 고위급으로 올라갈수록 월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하지만, 반면에 연금액의 감소액은 더 큽니다. 고액 연금액 수급자와 소액 연금액 수급자와의 형평성 고려를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고위급 공무원 기준 소득액 상한 기준의 평균의 1.8배인 804만원에서 1.6배인 715만원으로 낮춰 소득배분배 기능을 고려했습니다. 이는 공무원이 월소득 715만원을 초과해도 월 보험료를 소득 715만원에 인식하여 공무원연금을 붓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편 현재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고통부담의 일환으로 5년간 연금지급액을 동결하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현 60세에서 65세로 늦추고, 연금 수급자 본인이 사망시 유족에게 지급하는 유족연금의 지급율을 현 70%에서 60%로 감소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금수급자가 결혼을 한 후 5년 이상 배우자와 살다가 이혼하게 되면 해당 기간 만큼의 연금액의 50%를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분할연금제도가 신설됐습니다.
2. 국민연금 개편, 연금 보험료 2배로 뛰나?
사실 어떻게 보면 공무원연금의 개혁도 개혁이지만 이번 합의안에서 더 이슈가 된 것은 국민연금의 개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개편안의 핵심은 명목소득대체율의 인상입니다. 현재 이 소득대체율이 40%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소득대체율이란 평생 월소득 대비 월 연금수령액 비율을 뜻합니다. 만약 소득대체율이 50%이고 어떤 사람이 평생의 걸쳐 월평균소득이 3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사람이 퇴직 후 받게되는 국민연금 연금액은 150만원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40%였다면 120만원이었겠죠. 그럼 10%는 30만원인데, 월 30만원 더 받게한다고 해서 큰 일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합의 당사자인 여야를 향해 "월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김무성 대표에게 항의할 수밖에 없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9%입니다. 월소득의 9%라는 뜻이죠. 하지만 이 9%도 본인과 회사가 4.5%씩 양쪽에서 부담하여 보험료를 내게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운영되는 국민연금 기금이 현재 500조원 규모인데 이것이 2043년 2561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소진되기 시작하여 2060년에 고갈된다고 합니다. 이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이 적립방식이 아닌 보험료 납부자의 돈을 바로 걷어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무려 이때부터 국민연금의 보험료가 소득의 25.3%까지 치솟는다고 합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2060년부터는 소득의 25%를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여 퇴직한 인구를 부양하는 결과가 됩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기를 미루고자 지속적으로 소득대체율을 낮춰왔습니다. 그래야 기금 고갈 시기가 늦춰지겠죠. 연금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이 보험료마저 많은 부담을 느끼는 계층이 존재합니다. 바로 지역가입자들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직장가입자들은 본인과 회사가 반반 부담하지만 자영업자같은 지역가입자들은 보험료율 9%를 본인이 모두 부담하게 됩니다. 영세한 자영업자의 경우 이 9%마저 큰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자료: 국민연금법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당시 70%의 명목소득대체율을 목표로 했지만 10년 단위의 시기마다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10%p씩 소득대체율을 낮춰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여정부 시절 명목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합의를 했고,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득대체율 인하로 인한 노후소득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지금의 기초노령임금(기초연금)을 도입했습니다.
만약 다시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린다면 기금의 고갈시기는 4년 정도 앞당겨질 곳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기금의 고갈시기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연금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여야의 셈법이 다릅니다. 우선 정부의 입장에서는 최대 보험룔를 2배 인상하여 18%로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야당인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1%p만 올려 10%로 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이러한 국민소득의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공무원연금의 재정절감분 333조원에 있습니다. 이번 여야 합의안에는 재정절감분 333조원의 20%에 해당하는 액수를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제도의 개선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공무원연금의 연금액이 감소된 만큼 국민연금으로 보전하겠다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득대체율의 인상은 보험료의 인상과 정부재정의 투입이 불가피한데, 이는 증세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홍역을 치른 정부와 청와대로서는 많은 부담을 느낄만 하겠죠.
또한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여당이었던 참여정부 시절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춰놓고 다시 50%로 인상하는 모습을 보여 명분을 얻기 힘들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야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9월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국민연금의 보험료 인상에 대해선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되는 만큼 과연 9월에 처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공무원연금에 가입된 가입자수는 약 100만명이라고 합니다. 반면 국민연금의 가입자수는 2000만명이 넘습니다. 공무원연금의 재정부담 절감을 위한 추진한 개혁이 국민연금에서의 추가 재정 투입을 가져올 가능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은' 상황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옵니다.
먼저 청와대 입장에서는 초기에 예상했던 공무원연금 개혁 수준이 여야 합의안에서 후퇴한 것에 실망하고 국민연금에 손을 댄 것에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국회에서 여야와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합의한 만큼 더이상 반대할 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너무나 이른 정권의 레임덕 현상에 중심권력이 당으로 쏠리고 있는 현실 역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재보선으로 승리로 걷은 김무성 대표의 기세에 정면으로 대응하여 반대권을 행사하기에는 많은 부담을 느꼈을테죠.
반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얻을 것을 얻은 모양새입니다. 물론 새누리당이 초기에 제안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수준에서 감소하긴 했지만, 자신들이 정한 시한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럼에도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현재권력인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과 심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수준에서 청와대와 물밑 조율이 오고갔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재보선 패배로 인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됐던 합의가 문재인 대표의 결심으로 인해 시한에 맞춰 이뤄졌다고 합니다. 선거 패배 이후 침체돼 있던 당을 이번 계기로 원상태로 회복하는 기회를 마련했지만, 자신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던 참여정부의 정책을 자신이 뒤집는 형국이 되어 비판의 눈초리는 얼마간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개편안은 이해당사자들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단정지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자면 그래도 조금은 더 나아졌다고 판단할 수가 있겠습니다. 공무원연금에 대해선 그전부터 개혁의 논의가 늘 있어왔지만 공무원단체의 반대로 미뤄져왔는데 이번 합의안은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국민연금 역시 사실상 노후 용돈 수준으로 연금액이 적어 연금으로써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소득대체율이 상승한다면 노후 생활수준이 향상되겠죠.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영세한 지역가입자같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의 어려움을 잘 살필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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