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결과] 참패한 문재인 대표의 바르고 좋은 이미지로는 이도 저도 안 된다
2015년 4·29 재보궐 선거가 새누리당의 압승과 새정치연합의 참패로 끝이 났습니다. 결과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울 관악구 을
기호1번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43.89%(33,913표) 당선
인천 서구 강화군 을
기호1번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 54.11% (33,256표) 당선
광주 서구 을
기호 4번
무소속 천정배 후보 52.37% ( 26,256표) 당선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기호1번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 55.90% ( 36,859표) 당선
선거 결과 개관
이번 재보선은 4개의 지역구에서 펼쳐지는 미니 선거였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비롯하여 차기 대선후보들의 경쟁 등 결코 미니가 아닌 미니 재보선이었습니다.
먼저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자면 작년 말 정윤회 사건이 있은 뒤 박근혜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급락하고 집권 2년차에 레임덕(집권 말 권력 누수현상)이라고 할 만큼 침울한 상황에서 이완구 의원을 국무총리로 발탁했습니다. 그리고 이명부 정부에서의 자원외교 비리와 함께 공직기강 바로세우기 차원의 부정부패 척결 수사로 사정 국면으로 전환한 뒤 분위기 반전을 꾀했습니다.
하지만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정관계 인사 금품 로비를 담은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휩쓸면서 또다시 박근혜 정부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이완구 총리가 총리 임명 뒤 60여일 만에 사퇴하는 불운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때마침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피로 누적으로 인한 인두염 판정을 받게되고 지난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바로보기]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 사이 광주 서구 을 선거구를 제외한 다른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새정치 연합 후보와의 치열한 지지율 경합에 들어갑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재보선에서의 엄청난 충격을 받은 셈이었습니다. 이번 4개 선거구 중 3곳이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해 의원직을 잃은 의원들의 지역구였고, 인천 서구 강화군 을은 징역형으로 의원직을 잃은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의 지역구였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2석만 얻어도 승리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한편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정윤회 사건과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번 재보선은 전체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주 서구 을에서 같은 당이었던 천정배 전 의원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였고, 서울 관악구 을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역시 당을 탈당하여 국민모임으로 적을 옮기고 출마하였습니다.
광주 서구 을은 물론이거니와 관악구 을은 전통적으로 야권의 텃밭이었습니다. 관악구 을은 '서울의 호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천정배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출마로 야권은 야권 분열이라는 뼈아픈 상황을 맞게 됩니다. 더군다나 통합진보당의 해산으로 인해 의원직을 잃은 김미희 오병윤 이상규 전 의원이 또다시 출마 선언하여 야권 표가 나뉘고 또 나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된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여러 혼란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당의 안정을 찾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대권 후보로서의 발걸음을 계획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보선 선거기간 동안 야권 분열이라는 악재와 친노와 비노라는 오래된 당내 갈등이 다시 외부로 불거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보선으로 국민들은 새누리당에게 기회를 주고 새정치연합에게 회초리를 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결과의 핵심과 의미는 무엇일까요?
각 선거구 당선자
신상진 후보자
경기 성남 중원에서 당선된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2012년 총선에서 당시 통합진보당 김미희 후보에게 불과 0.7%p라는 차이로 낙선한 후보입니다. 그는 이미 17,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력이 있으며 성남시에서 낙후된 중원구의 주거환경과 교통난 해소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성남-광주-용인을 연결하는 동부도시철도 지하철 건설 공약이 대표적입니다.
오신환 후보자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서울 관악구 을에서 당선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27년 만에 관악구 을 여권 탈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당선자의 아버지는 오유근 전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으로 이미 35살의 나이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이력이 있습니다.
안상수 후보자
인천 서구강화 을에서 당선된 안상수 새누리당 당선자는 인천시장 2선을 한 당선자입니다. 검단새도시와 강화-영종 연도교 재추진이라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이 되었는데, 안 당선자에게는 인천시장 시절 방만한 시정 운영으로 인천시에 많은 부채를 떠안게 했다는 비판이 따라붙습니다.
천정배 후보자
이번 선거에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광주 서 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자입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탈당한 데에는 호남에 깊은 민심에 숨어 있던 호남소외론이 강력했다는 게 후문입니다. 그는 호남 정치 복원과 야권 재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새정치연합과 각을 세웠습니다. 특히 친노세력에 부정적인 호남민심에 있던 소외감과 박탈의식을 내세웠는데 당초 예상과는 달리 새정치연합의 조영택 후보와의 득표차를 22.6%나 벌여,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총체적 난국 새정치민주연합
이번 선거로 인해 단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새정치연합입니다. 시쳇말로 '판을 깔아줬는데도' 4개 선거구에서 참패한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실망은 당연해 보입니다. 우선 선거 기간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내세웠던 '노무현 정권 말 성완종 특별사면'이라는 물타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야권의 분열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에 대해 이견이 많이 갈리는 데요. 친노 측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제로는 실체가 없다고 반론하는 반면, 비노 측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가 된 후 친노 인사들의 당 장악으로 인해 동교동계로 대표되는 비노 측의 불만을 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선거 기간 초반에 문재인 대표와 권노갑 당 고문의 만남으로 화합이 되나 싶었는데, 권 고문의 '당 운영 60 대 40'이라는 발언을 놓고 재갈등되었습니다. 이러한 당 내부 분열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정동영과 천정배로 대표되는 외부 분열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정동영, 천정배 후보의 탈당과 출마로 인해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의 2석 패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천정배 당선자는 야권이라고 쳐도,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출마로 인해 27년간 진보계 텃밭이었던 서울 관악 을을 새누리당에 헌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동영 후보는 이미 전에도 탈당을 하여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후 다시 재입당한 만큼, 이번에 국민모임으로 출마하여 '제1 야당 심판'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기만 합니다.
천재일우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은 강했습니다. 와병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 노릇을 톡톡히 했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배포 있게 선거 운동을 한 '선거의 왕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일견 이렇게 처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거만큼은 승리하는 새누리당이 대단하면서도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비웃음을 당하는 게 당연합니다.
어쨌거나 이번 선거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각각 한시름을 놓았습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친박 최측근들의 성완종 파문 연루로 인해 사면초가에 놓이고, 이완구 총리의 2달만의 낙마로 인해 어려움이 더했는데 국민들이 그래도 면죄부를 준 격입니다. 앞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입법이나 성완종 리스트를 포함한 정관계 부정부패 척결 수사에서 정국 주도권을 가지고 국정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 본인 역시 이번 결과가 완벽한 자신의 면죄부가 아님을 알 것입니다. 다시는 정윤회 사건이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 같은 일로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얻은 게 많습니다. 우선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경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잠재적 대선 경쟁 주자인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그리고 반기문 UN사무총장까지 넘어서게 됐으니 이번 재보선 승리로 인해 대선주자로 굳건히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더욱이 내년 총선까지 당을 장악하여 운영하며 총선 공천권까지 거머쥔 상태니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 자칫 실수 하나가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오랜 정치 경력으로 아는 김 대표라 앞으로 행동 하나하나 신중할 것입니다. 사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표와의 1차전에서 승리한 것이 가장 클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서로 당대표를 맡게 되서 이번 재보선이 대선 전초전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김무성 대표의 승리로 문재인 대표는 잠시 입지가 작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표, 아직 포기하기에는 일러
그래도 이번 재보선이 미니 재보선인 만큼 문재인 대표가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사퇴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선거 뒤 오늘 문재인 대표는 선거결과 입장표명에서 "이 시련을 약으로 삼겠습니다.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계획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당 안팎에서도 이번 패배로 당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문재인 대표는 패배했고,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야권의 분열을 막지 못했고, 경쟁력있는 후보를 공천하지 못했으며, 선거전략 부재와 및 현 국정파탄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되풀이되는 야당의 '정권심판론' 구호와 참신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는 봄비가 오는 날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재보선에는 투표율이 낮아 불리했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투표율이 낮아도 승리하고, 근래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2012년 대선에서도 승리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새누리당은 이깁니다.
선거에 있어 정공법은 중요한 전략이긴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정공법은 상대도 알만큼 너무 투명한 정공법을 씁니다. 이것이 문 대표의 바른 이미지에 맞기도 하겠지만 선거에서 매번 진다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 유리한 국면에서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다면 과연 낮은 지지율 탓만 할 수 있을까요?
새누리당은 오랜 경험으로 마키아벨리식 선거전략에 능통해 보입니다. 문재인 대표 역시 진정으로 자신의 뜻을 널리 펼치고 싶다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진정 좋은 뜻을 보이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있다가 실패하는 역사적 사례는 무수합니다. 선거 때는 노련하고 계산이 치밀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노련하고 계산이 치밀해야 합니다. 그럼 언제 바르고 좋은 모습을 국민들께 보일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선거 때는 노련하다가 평상시에는 선정을 베푸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랬다간 정적에 의해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도 문재인 대표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진정으로 실현되길 바랍니다.
새정치연합 대표 및 원내대표 선거결과 입장표명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어려운 조건에서 사력을 다한 우리 후보들과 당원들 끝까지 힘을 모아주신 지지자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 했지만 저희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제가 부족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하는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저희의 부덕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이 시련을 약으로 삼겠습니다.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계획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습니다.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나가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저희의 부덕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일뿐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닙니다. 만약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민심을 호도하면서 불법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 관련 부정부패를 적패하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 한다면 우리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습니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축하와 함께 경고합니다. 우리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할 것입니다. 특히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최선을 다 해서 선거에 임해주신 우리 후보 그리고 당원 동지 그리고 지지를 보내부신 국민 여러분에 감사를 보냅니다. 또 이번에 선거에서 승리를 하신 당선자 여러분께 진심을 축하를 보냅니다.
재보궐선거 결과를 국민의 심판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겸허하게 따르겠습니다. 국민의 뼈아픈 질책을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의 선택은 항상 옳습니다. 변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국민 곁에 제대로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서민들의 고된 삶을 힘껏 껴안아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고 또 저희들이 단합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민생을 챙기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오직 국민 속으로 그리고 민생 일념속으로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은 더욱더 단결해서 낮고 겸손한 자세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