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정치

[한국 외교 실종] 미-일 신밀월 시대에 작아져가는 한국, 어디로 가나?

김광두 편집인 2015. 5. 6. 00:29

아베는 왜 미국으로 향했나?


아베 일본 총리가 미국을 순방하고 돌아왔습니다. 뉴스에서 보니 거의 국빈 대접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공짜는 없는 법. 미국식으로 하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하죠. 그렇다면 왜 아베는 단순히 미-일 동맹관계를 넘어 미국에게 그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일까요? 아베는 미 의회에서 연설할 연설문을 밤새도록 밤새도록 달달 외운 것일까요?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의 주목적은 미국느님에게 과거사에 대해 '용서'받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한 몸이 되기 위해 도장을 찍으러 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두 가지의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데 첫번째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입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일본의 자위대가 일본 본토와 그 근해를 벗어나 전세계에서 미군의 후방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제 미군이 활동하는 곳이라면 일본의 자위대가 출동!!하면서 병참지원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 일본 자위대가 출동??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도 주한미군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아주 만약에 만약에 한반도에서 미군이 개입하는 어떠한 군사활동이 벌어진다면 일본의 자위대가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일본 자위대가 1945년 이 땅에서 쫓겨난 이후 미군의 후방지원이란 핑계로 다시 들어온다면 좋아하시겠는요? 아마 좋아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개정에서 그 해당 주권국가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fully respect)'한다고 명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자위대가 우리 땅에 절대로 들어올 수 없을까요? 일본은 강화도조약이 배경이 된 1876년 운요호 사건 때 남의 바다를 측량해놓고 우리 조선군이 돌아가라고 방위적인 위협을 하자 그걸 핑계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우리의 최초의 근대적 불평등조약을 맺게 되죠. 우리는 일본이 어떤 민족인지를 임진왜란 이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단순히 전적으로 존중한다는 문구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자위대의 후방지원에 한반도는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쯤되면 뭔가 갑과 을이 바뀐 느낌입니다.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정중하게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너의 죄를 사하노라"


두 번째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합동연설입니다. 미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이 모두 모인 곳에서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미국에서 1년에 1~2차례 정도 있을까말까 한다고 합니다. 얼마전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미 의회 합동연설을 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오시나요? 실은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였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미 의회에서 상원 하원 각각에서 연설을 했었고, 고이즈미 전 총리는 합동연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였던 일본의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아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합동연설을 한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이제 일본은 어느정도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에서 '용서'를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용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짜 피해국가인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약소국이라 약소국의 설움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네요.


미-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미국과 일본이 이렇게 얼싸안고 한 몸이 되는 배경에는 무섭게 경제적 군사적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견제와 미국 군사전략의 아웃소싱에 있습니다. 미국은 결국 중국을 잠재적 대결관계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 재정적자, 무역적자로 고생하던 판에 엄청난 경기침체로 인해 예전만큼 '천조국' 위상에 맞는 패권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돈'이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는 재정절감을 위해 시퀘스터를 발동하여 국방예산을 감축해나가고 있습니다. 돈이 부족한 미국 정부로서는 패권국가로서 국방 비용을 같이 부담할 국가로 일본을 택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이라는 아시아 회귀 전략에 목표는 잠재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미 7함대가 있는 일본과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된다면 미국으로서는 비용 부담이 한결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본한테 한 자리 떼주고 '완장'을 채워준 것입니다.


한국은 무얼 하고 있나? 이 판국에


이러한 동북아 신냉전구조 속에서 미국은 당연히 주한미군이 있는 우리 한국을 끌여들어 '한미일 vs 북중러'의 구도를 형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논란이 되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사드) 배치 문제였죠.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처럼 '미국은 우리편!'하면서 미국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얼마전 중국의 노동절 때 한국을 찾아온 유커로 인해 관광산업을 비롯하여 많은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해가 가면 갈수록 중국과의 무역 비중은 증가하고 있고, 우리 경제는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중국을 버리고 미국편'할 수가 없는 이유인 것이겠지요. 역사적으로도 큰 나라들의 대결 틈바구니 속에서 고난을 겪었던 나라가 한둘이었나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한국과 일본입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가 얽혀있는데, 미국은 과거사는 덮고 미래를 보라고 말합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없이 좋아하겠죠. 얼마 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했던 발언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 발언 직후 국무부 대변인은 특정 국가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집권 3년차가 되도록 과거사 문제로 일본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있는 우리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설적으로 한 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사실입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께서 일개 국무부 차관의 이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값싼 박수를 정말 받고 싶었나?


아직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나라입니다.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먼저 사과하라고 하지만, 이제 날개까지 얻은 일본이 이제와서 우리나라에 사과를 하겠습니까? 미국도 용서한 마당에. 결국 외교적으로 고립을 자초하여 손해보는 것은 우리나라일 가능성이 큽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독도 문제와 과거사 문제로 대통령 특별 담화까지 하면서 일본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외교적인 단절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며 기분이 나쁘더라도 겉으로 승자의 표정과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일본과의 외교를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외교정책은 마치 어린 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비유일까요?


외교는 항상 변하는 것입니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아 순방하는 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반둥회의가 열렸습니다. 그곳에서 그전에는 아베 총리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엷은 미소를 띄고 아베 총리와 악수를 하고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미국에 가기 전 우리 사정을 이해해 달라는 식의 뜻을 전달했겠죠 아마.


어제의 적이었던 중국과 일본이 어찌됐건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야문명을 탐방하실 때 말이죠. 이러한 결과에는 아마 3월달에 있었던 사드 배치 논란과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가입을 놓고 뜨거운 외교전이 일어났을 때 아마 우리 정부의 우유부단하고 주체성이 없는 외교에 다소 실망한 모양새입니다. 사실 중국은 일본의 과거사 망각 망언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까지 다소 멀리 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먼저 우리나라에 방문한 것이 그러한 예 중 하나겠지요


서희의 통쾌한 외교 승리를 다시 한번


한편 현재 아베의 친미 외교 노선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굴종적이라는 외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승리는 우리들의 손에 있습니다. 지금의 미국과 일본의 모습은 잠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가까워진 것이지 명분 승리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에게 미국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편가르고 일방적인 단절 외교는 안됩니다. 우리가 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갇혀있는 형국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대국들의 중심이 되어 허브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어 우리가 주도해 나가는 모습, 생각만해도 멋지지 않나요? 물론 말이 쉽다는 것은 알지만 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축이 될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고려시대 요나라(거란)가 소손녕을 중심으로 해서 침입했을 때 그들을 물러나게 하고 강동6주를 얻은 이 통쾌한 외교전의 승리를 우리는 다시 볼 수 없을까요? 


아직 박근혜 정부는 3년 여의 임기가 남아있습니다. 시간은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현실감각 무지와 자화자찬식의 외교인식은 국민들로 하여금 답답하게 합니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이러한 윤 장관을 비판하고 인적쇄신을 요구한 상황에서 점점 방향을 잃어가는 한국 외교가 어찌될 지 안타깝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할 일은 많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