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어셈블리 1회] 정재영이 외친 “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의 의미

김광두 편집인 2015. 7. 17. 23:42

진상필(정재영)은 “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외쳤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것보다 실망을 더 많이 가져다준 나머지 혐오에 이른 현재, 드리마 <어셈블리>는 정말 정치가 국민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묻고 있다.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집필로 호평을 받았던 정현민 작가가 이번에는 <어셈블리>로 현재 대한민국의 국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전투구의 정치 현실, 그럼에도 국민에 대한 희망을 담은 정치를 말하고자 한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강조하지만, 1회부터 나오는 모습들은 현재 우리가 뉴스나 신문에서 보아왔던 사회 그대로의 모습이 담겨있다. ‘불가피한 경영상의 이유로 대량해고 당한 해직노동자들의 복직투쟁, 정부여당의 계파 싸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



KBS2 드라마 <어셈블리> 캡쳐화면


먼저 주인공 진상필(정재영)이 처한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서 우리는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사태를 오롯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급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선량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여 나몰라라하고,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를 법의 이름으로 오히려 이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리며, 경영성과가 나아졌음에도 처음에 약속했던 복직은 온데간데 없다.


진상필이 대법원에서 복직소송에 대한 파기환송판결을 받고 외쳤던 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는 철저하게 법과 자본의 편인 회사를 상대로 4년여 동안 싸워왔던 해고노동자들의 울분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시간마저 그들의 편이 아니기에 4년이란 시간은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가족마저 해체당한 진상필과 배달수(손병호)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쌍용자동차 사태에 경우 현재까지 복직투쟁 도중 자살자 14명을 포함해 28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또 한번 패배를 맛본 사이, 국회에서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진상필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수리조선소가 위치한 경제시지역구의 양성길 의원이 뇌물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하여 보궐선거 지역이 1곳 더 늘어난 것이다.


드라마에서 설정된 집권여당 국민당은 친청(친청와대)와 반청(반청와대)이란 계파로 나뉘어 있다고 나오지만,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현재의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라는 계파를 떠올리게 한다.


양성길 의원이 의원직 상실한 경제시는 여당인 국민당의 텃밭으로 보궐선거에서 국민당 후보 아무나 나와도 다시 당선될 것이다. 이 자리를 놓고 양성길이 몸담고 있는 반청친청계파의 치열한 정치싸움을 비춘다.


문제는 공천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를 뽑는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당의 사무총장이다. 백도현(장현성)은 국민당의 사무총장으로 청와대로부터 인정받은 친청이다. 하지만 백도현은 반청 계열의 양성길 의원의 경제시 지역구에 반청 계파 사람을 뽑는 것도 싫지만 청와대의 입김으로 고양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천하는 것 역시 부담스럽다.


그 사이 학교 후배이자 정치 후배인 최인경(송윤아)이 경제시 출마에 대한 의욕을 보이자 백도현 사무총장은 묘안을 떠올리고, 반청계 좌장인 박춘섭(박영규)와의 담판으로 계파 갈등을 봉합한다.


한편 복직투쟁 위원회 위원장 배달수의 아들 김규환(옥택연)은 경제지표상의 취업준비생혹은 공시생이다. 치열한 경쟁의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는 규환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떠나지 않았다. 규환이란 인물캐릭터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잃고 안전 제일인 공무원을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암울한 청년을 상징한다. 우리는 때마다 뉴스에서 여러 직급의 공무원에 응시하는 수많은 응시생과 이에 따른 경쟁률을 보면서 놀라고 청년들의 미래에 절망하지만, 해고노동자를 아버지를 둔 규환에게 경찰 공무원 준비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다. 규환으로 대표되는 청년들에게 어마어마한 경쟁률과 응시생의 숫자는 그들의 절박한 도전을 막을 수 없다. 규환이 그의 아버지를 통해 진상필과 엮이고, 대리운전 알바로 인해 최인경과 만나는 과정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1차 필기 시험까지 붙은 규환이 앞으로 진상필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 나갈지 궁금하다.


다시 이야기는 진상필로 돌아와서, 배달수에게 위원장을 물려 받은 진상필 뜻밖에 백도현에게 연락을 받는다. 이미 전에 배달수는 야권 통합 후보로 경제시 지역구 후보를 제의 받았는데, 위원장 자리를 진상필에게 넘겨주면서 야권 통합 후보도 같이 넘겨주고자 했다. 몸이 불편한 자신보다는 진상필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회사측으로부터 다른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협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도현을 만난 진상필은 뜬금없는 여당인 국민당에게 후보를 제의 받는다. 순식간에 사회로부터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해고노동자 진상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드라마 법칙으로 볼 때 주인공 진상필(정재영)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해고노동자들도 아주 운 좋게복직에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출신인 김득중 씨는 작년 20147.30 재보궐 선거 평택을 지역구에 나가 처참하게 패했다. 또한 경영실적이 개선되면 해고노동자를 복직시키겠다는 쌍용자동차는 아무런 기약이 없다.


드라마는 실제와 판타지를 접목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키는 기능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온 시청자들이 자신의 현실에 더욱 절망할 수 있다. <어셈블리>가 앞으로 높은 시청률과 사회적인 이슈를 표현하는데 좋은 평가를 동시에 같이 받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정현민 작가의 전작 <프레지던트>처럼 이야기 흐름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어셈블리>로 말마암아 사회적 약자들이 용기를 얻고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