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이 대한민국을 살렸다
대한민국 벼랑 끝에 선 박원순
6월 4일 밤 10시 반을 넘겨 박원순 시장이 다급히 기자회견을 했다. 일반 지자체장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요 내용은 평택 성모병원에서 감염된 14번 확진 환자로부터 3차 감염에 노출된 의사(35번 확진 환자로 판정된)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1500여명이 모인 장소에 참석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방역당국의 미온적인 대책에 선제적으로 서울시가 먼저 서울시민과 당시 참석한 사람들에게 감염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기자회견이었다.
매일 매일 밝혀지는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처에 국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이는 가운데 박원순 시장의 이번 긴급기자회견은 많은 파장과 논란을 낳았다.
JTBC 뉴스룸 캡쳐화면. 6월 5일 방송 박원순 서울시장
논란의 단초 - 14번 확진 환자
우선 주목해야할 것은 14번 확진 환자다. 이 14번 환자는 평택 성모병원에서 5월 13일부터 19일까지 머물면서 최초 1번 메르스 발병자와 같은 병동을 사용했다. 결국 14번 환자는 이 사이 메르스에 감염이 되었고, 20일 퇴원했으나 고열로 다시 입원을 했다. 그후 경기도 모 병원으로 옮겼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다. 그리고 호흡곤란이 와서 응급차를 타고 D병원(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이 27일인 것이다.
문제는 이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경기도에서 응급차를 타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일반 시외버스를 타고 왔다는 것이다. 이 환자가 3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으므로 시외버스 승객에게 1시간 30분 동안 충분히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기에 충분한 시간인 것이다.
4일 박원순 서울 시장의 35번 확진 환자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에 못지 않게 14번 환자에 관한 '시외버스' 이동이 중요한 이유다. 더군다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뒤늦게서야 서울까지 온 동선을 파악하여 여론의 뭇매를 샀다.
문제의 35번 확진 환자, 누구 말이 맞을까?
박원순 시장은 35번 환자가 D병원(삼성서울병원)의 의사이고, 27일 입원한 14번 환자의 담당 의사는 아니었지만 가까이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에 제출한 35번 확진자 역학조사 보고서를 보면 5월 29일 가벼운 기침으로 나온다. 여기에서 논란은 시작된다.
35번 확진자 주장
35번 확진자는 자신은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고, 29일은 평소와 같은 증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재건축 조합행사 총회를 다녀온 30일 저녁에 약간의 몸살 증상이 있었다고 했고, 다음날인 31일이 되어서야 증상이 심해져 보건소에 신고 후 자택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한후 저녁에서야 시설에 격리조치되었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 주장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5월 29일에 35번 확진자의 증상이 가벼운 기침으로 나오고, 다음날 30일 총회 참석한 날은 '미열'과 '기침'으로 나온다. 그리고 보건소에 신고한 31일에는 38도가 넘는 고열로 나온다.
박원순 시장 주장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29일부터 증상이 시작됐다고 밝히며, 총회 참석한 30일에 증상이 심화됐음에도 총회에 참석했다고 말하고 있다.
35번 환자 증상과 동선 재구성
전체적으로 보자면 우선 밝혀야 할 부분이 29일 처음 증상의 해석이다. 35번 확진자는 그날 지병인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평소와 같았다고 했으나, 복지부 자료는 29일부터 증상에 따른 조치사항으로 '병원내 접촉자 파악 후 관리'로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미 이 35번 확진자는 29일에 '접촉자'로 구분되어 관리를 받고 있었다는 뜻이다. 증상이 나타나든 안 나타나든지 간에 이미 '접촉자'로 구분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1500명이 참석했다는 것이 의사의 본분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문제의 30일 '개포동 재건축 조합 총회' 참석날이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나온 당시 영상을 보면 좌석이 900석을 준비했는데, 참석자들이 1565명이 왔다고 한다. 또한 예식장에서 나온 손님들까지 있어 당시 상황은 인산인해였다. 35번 확진 환자는 행사장 안에는 사람이 많아 못 들어가고 입국에서 서성이다가 조합원 서명을 하고 30분 만에 돌아갔다고 한다.
35번 확진 환자는 이날 저녁 약간의 몸살을 느꼈다고 했는데, 보건복지부 자료에는 미열과 기침이었다. 사실상 메르스 증상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날 31일은 38도 넘는 고열에 기침과 가래가 발생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가족들과 오전에 접촉을 했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점은 병원 심포지움 참석 여부다. 35번 확진 환자는 심포지움에 참석하려다 몸이 안 좋아 일찍 퇴근했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 자료에는 심포지움에 참석했고, 이를 서울시가 받아 박원순 시장이 그래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서야 이 환자는 보건소에 신고를 했다.
"알아서 한"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은 5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박 시장은 30일에 총회에 참석했던 조합원 전원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자가 격리 조치 등 방역대책을 알렸고, 일부 연락이 두절된 사람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주장과는 달리 이 35번 확진 환자에 대해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여당 측은 박원순 시장이 35번 확진 환자에 대한 정보를 알면서도 모른척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이고, 박 시장은 정말 몰랐기 때문에 밤중이라도 '긴급'하게 시민들한테 알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박의 깊숙한 곳에는 지자체인 서울시가 독단적 일방적인 발표를 통해 시민들의 불안감과 혼란을 일으켰다는 중앙정부와 여당의 우려에 대한 대응이 숨겨져 있다.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인해 절반에 넘는 여론이 잘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간을 늦췄다간 더욱 감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던 상황에서 박 시장의 행동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 이후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는 미흡한 중앙정부에 대한 대처에 대한 반감이 포함된 것이다.
반면 박원순 시장의 행동을 좋지 않게 보는 측면에서는 중앙정부와 방역당국과의 손발을 맞춘 후 발표를 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전염병 사스(SARS) 사태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의 대처를 언급하며 '준전시 상황'과 같이 시급히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중앙일보 5일 자에서 사스 사태 당시 "전쟁처럼 대처"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박원순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 전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본부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사전 고지했고, 양병국 본부장은 "시장님이 알아서 하시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35번 확진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 전, 증상 발현 전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다고 밝혔음에도 밤 10시가 넘어 '긴급 기자회견'을 해야했던 불가피하고 긴급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미 강남 개포동 지역 초중고 휴업은 물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다음주 월요일 8일에 강남구 전체 유치원 초중고에 휴업을 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는 커녕 역린을 건드린 정부
메르스 사태 초기, 그저 금방 잠재울 것 같던 일이 벌써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중국, 홍콩과는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고, 국내에서는 3차 감염을 넘어 지역사회로에 4차 감염으로까지 염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아직도 유언비어, 허위사실 유포자 처벌 운운할 뿐, 방역 대처는 뒷북만 치고 정부 부처간 혼선을 빚으며, 감염의심자, 확진자 동선 파악은 무능이다. 세월호 참사 때와 판박이일뿐 아니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패닉에 빠진 일본 내각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정부로서의 행정적인 절차와 보고체계의 중요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 우선 내지르고 봐야 한다. 내지른 후에 사태가 진정된 후 공과 과를 논해야 한다. 전쟁 상황에서 적군이 쳐들어오는데, 빨리 가서 길목을 지켜야지 지금 12시 점심시간이라고 밥 먹고 간야한다는 헛소리는 하면 안 된다.
한밤에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의 논란은 나중에 따지고, 기자회견 다음날 정보가 공유된 강남구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강남구 구민들은 야외 출입을 자제하고, 학교들은 자체 휴업에 들어갔으며, 휴일 없는 대치동 사설 학원 역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구민들 반응 역시 이렇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만약 서울시가 정부 대처만 기다리다가 시간이 지체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강남구로 국한된 지자체 시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은 무능한 대처로 일관하는 정부로 향해있다. 특히나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학부모다. 학부모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학교 자체 휴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는 학부모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자식'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안전하길 바라는 그들의 마음을 정부는 너무 몰라준다.
일부에서 말하는 정치적인 의미를 넘어 이번 박원순 시장의 행동은 현재 보이지 않고 꽁꽁 숨어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실현했다. 어쩌면 이번 일로 인해 산술급수에서 기하급수로 흘러갈 수도 있었던 최악의 국면을 박원순 시장이 일단 잘 막은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추가 사망자는 물론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