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안] 진짜 얼마 더 내고 더 받는가? +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 입장표명 전문 포함
세줄요약
1. 청와대, 소득대체율 50% 인상으로 1702조원 추가 부담해야
2. 따져보니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 1%p만 추가 인상하면 돼
3. 알고보니 청와대 - 새누리당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 국민들만 고통스러워
요즘 국회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문제로 연일 뜨겁습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가능한 시나리오를 추계하느라 바쁘고 직접 당사자인 국민들은 어마어마한 액수가 왔다갔다하고 수많은 %퍼센트 수치가 난무하는 탓에 "또 국민연금에 손을 대냐"는 불만표시와 개편 뒤 자신의 보험료와 수령액을 알아보느라 번거로운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명목스득대체율을 현생 40%에서 50%로 인상시키는데 왜 청와대 정부 여당 야당 언론들 각각 추계해낸 보험료율과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모든 다른 것일까요? 부족하나마 지금까지 발표되고 보도된 내용들을 토대로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볼까 합니다.
김무성 - 문재인, 아름다운 국회 여야 합의?!
우선 지난 5월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개정안 처리와 국민연금 강화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국민연금 강화를 놓고는 새정치연합은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것을 명문화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50%라는 수치를 직접적으로 명문화하기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국민적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50% 인상을 합의했다며 국회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때 '월권'이라는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여 국회 합의안을 비판했는데요. 이 월권이란 단어 속에는 '감히 청와대 허락을 받지않고'의 의미와 현재권력 청와대와 미래권력 여당 지도부의 갈등이 표출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밑에 가서 다시 하겠습니다.
소득대체율, 대체 너는 누구냐?
명목소득대체율이 무엇이기에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일까요? 만약 어떤 국민연금 가입자가 패널티가 부과되지 않는 20년 이상 보험료를 냈다고 가정합니다. 그렇다면 65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한다고 했을 때 이 수령액이 자신이 직장 다닐 때 받았던 월급의 평균을 2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에 40%(현행)만큼의 연금액을 받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계산하면 80만원 정도가 되겠군요.
물론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면 길수록 연금수령액이 증가합니다. 어쨌거나 연금 수령액을 받는 수준이 월급의 40%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균이라는 말에는 숨은 함정이 있죠.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25년 동안 가입한 가입자들의 평균 실질소득대체율이 25%라고 하니 평균월급이 200만원이었다면 노후에 25%인 약 50만원을 받게 됩니다. 이 또한 미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그저 '용돈연금'에 지나지 않습니다.30년 전에 1만원의 가치하고 2015년의 1만원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연금이지만 복지같은 너, 국민연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에는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월급을 많이 받았던 사람의 국민연금 수령액은 소득대체율 40%보다 더 낮아지게 되고, 월급을 적게 받은 사람은 40% 수준보다 더 많이 받도록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득이 많은 분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저소득자의 노후생활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기위한 국가의 정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봉급생활자 같은 경우 임의로 탈퇴를 할 수 없으며 마치 준조세와 같이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현행 2028년까지 정해진 소득대체율 40%는 실질적으로 따졌을 때 낮아도 너무 낮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소득이 많은 경우 금융권에서 따로 개인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 저소득층 같은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만 겨우 납부하는 경우 이들이 노후가 되었을 때 생활이란 너무나 절박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40% 수준으로 맞춰진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게 이번 여야 합의안의 내용인 것입니다.
청와대, "아몰랑~ 다 싫어"
2일 여야 합의 이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이 합의안에 극심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데 '연금 보험료 2배 인상'과 '미래세대 부담론'을 내세우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급기야 10일 일요일 오전 청와대는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민연금 개편안에 입장표명을 하며 10%p 인상에 대해 앞으로 추가 세부담 '1702조원, 연평균 26조원' 그리고 보험료율만 인상한다고 가정할 때 내년 2016년부터 '34조 5000억원, 1인당 209만원의 보험료 인상'해야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1702조원, 내년부터 34조원, 1인당 209만원 추가 부담. 어마어마합니다.
복싱 라이트급 vs 헤비급 대결, 말이 돼나?
그렇다면 우선 현재 상황부터 말하자면, 명목소득대체율은 40%, 보험료율은 9%입니다. 보험료는 회사와 본인이 반반씩 부담하므로 개인은 4.5%가 됩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470조원 정도이고, 앞으로 2043년 2561조원을 정점으로 감소하여 2060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고 전망합니다. 그렇다면 이후로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후에는 기금 적립 방식에서 부과 방식으로 바뀌어 근로세대가 보험료를 내면 이 돈이 은퇴한 노후인구에게 수령되는 것입니다. 돈을 쌓아놓지 않고 바로 지급하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2060년부터는 보험료가 9%에서 최소 21%로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저출산 노령인구 증가에 그 문제가 있습니다. 돈 낼 사람은 감소하고 받을 사람은 많아진다면 보험료 부담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겠죠. 이게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어제 김성우 홍보수석이 말한 1702조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이는 보건복지부가 추계한 소득대체율 50% 수준으로 인상에 따라 부담해야 할 증가치입니다. 이걸 국가재정과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려면 앞으로 국민들 허리가 끊어지겠네요?
아닙니다. 이 시나리오 추계는 전제조건이 다릅니다. 위에서 현행 국민연금은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했는데, 1702조원의 추가 부담 추정치는 소득대체율 10%p 인상분에다 2100년 이후에도 기금이 고갈되지 않게 하고 심지어 그 기금의 수준이 1년동안 지급할 연금액의 8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쌓아놓는다는 가정을 하는 것입니다.
기금이 고갈되지 않게 보험료 인상과 국가 재정 투입을 통해 2100년 이후에도 꾸준히 유지하게 하는 추정치입니다.
만약 현행과 전제조건을 같게 한다면 소득대체율을 50%로 10%p 인상하고 2060년 쯤에 기금이 고갈된다면 보험료율이 얼마나 오르는 지 알아봐야겠죠?
이것은 보건복지부도 인정한 10.01%입니다. 현행 9% 수준에 1%p만 올려 10.01%만 올리면 현행처럼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고 소득대체율 50%도 맞출 수 있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는 한 발 더 나아가 기금 고갈 시점이 2060년 이후로 좀 더 늘리려면 12.5~13%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7일 밝혔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소득대체율 50% 수준 증가에 맞추기 위해 보험료율이 10.01%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기금 고갈 이후 소득대체율 50%를 맞추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율을 소득대체율 40%보다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차미 소득대체율을 올리나 안 올리나 기금은 고갈됩니다. 그 전에 저출산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거나 국민연금 개편이 또다시 불가피 합니다.
청와대가 발표한 1702조원은 너무나 터무니 없이 넉넉하게 국민연금 기금을 가정해 놓고 추산해 낸 추정치입니다. 사실 스웨덴이나 캐나다 같은 경우 공적연금의 기금이 거의 쌓여있지 않고 바로 보험료를 걷어 노후인구에게 지급하는 '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이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소득대체율 40%에서 50% 인상시키는데 내년부터 당장 보험료를 2배 가까이 인상해야 한다는 듯이 과장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세금폭탄', '세대간 도덕질론'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써가면서 말이죠. 국민의 뜻을 하나로 통합해야할 청와대가 국회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 산통을 깨는 형국입니다. 물론 국민연금 개편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면 이번 청와대의 모습은 다소 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이번 여야 합의가 터무니 없고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 이렇게까지 반대를 했을까요?
"이놈들, 이 오야를 몰라보고 말이야"
현재 콩가루 직전에 새정치민주연합 만큼이나 새누리당 역시 미래권력 현재권력 간에 치열한 기싸움으로 인해 마냥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증세 없는 복지'를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말은 좋은데 세금을 더 안 걷고 복지를 늘릴 수 있을까요? 작년 말 담배값 인상으로 인해 '증세 없는 복지'를 실천한 정부에게 국민들은 야유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야 합의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p 인상한다면 보험료를 인상해야하고 그것은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날 것입니다. 가뜩이나 작년 말 담배값 인상, 정윤회 사건, 올해 성완종 리스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로서는 만약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인상하게 되면 국정지지도가 폭락하는 사태까지 치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내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비박계(비박근혜 의원) 지도부와의 신경전이 이번 "월권" 발언에 다 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총선에 자기 사람을 심는 '공천권'을 강하게 행사하기 위해 청와대로서는 지금 상황을 주도해야 했다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는 소득대체율 50% 명문화에 대해 국민을 합의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청와대와 대립각을 서지 않는 모양새이지만, 이들 역시 이번 청와대의 '몽니'에 불만이 많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테지요.
이래저래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입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개편은 미래 세대 국가 재정 부담 절감과 노후 인구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이라는 복지국가의 목표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할 수가 없겠죠. 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인 이해관계 따라 국민들을 볼모로 삼는다면 그건 '매우 나쁜' 정치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