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괜찮아 사랑이야 3회 4회] 이중인격 조인성과 불안장애 공효진 사이에서

김광두 편집인 2014. 8. 3. 23:08

드라마 초반 노희경 작가의 색깔이 잘 보이지 않았던 <괜찮아 사랑이야>가 회를 거듭해 가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정신과 의사와 베스트 셀러 스릴러 소설 작가와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청자 앞으로 다가왔던 <괜찮아, 사랑이야>는 조금씩 인물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해수(공효진)은 어렸을 때 엄마가 다른 남자와 불륜을 하는 현장을 목격한 바 있다. 그로인한 불안장애로 인해 키스와 남자와의 잠자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불안해지고 역겨움을 느꼈다. 그녀의 남자친구 최호(도상우)와 열애하며 간신히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키스를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잠자리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지 300일이 되는 날 그녀는 몸을 허락하고자 했지만 재열(조인성)이 최호가 후배와 바람피는 현장을 고발함으로써 해수와 남자친구는 헤어지고 말았다. 해수는 하루만 더 지나면 이무기에서 용이 될 수 있었는데 그 하루를 못 참았다고 최호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지만, 비가 오는 날 최호가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오히려 억울해하는 그에게 앞으로 너와 함께 할 때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라며 그를 마음 속에서 밀어냈다.






해수는 정신과 의사로서 많은 마음의 병에 걸린 환자들을 돌본다. 본드를 흡입하고 여성의 성기를 그리는 남학생, 자살충동 우울증 환자, 성전환 우울증 환자 등 수많은 환자들을 마주하면서 뛰어난 실력으로 그들을 완쾌시키는데, 그때 환자가 짓는 환한 표정은 오히려 해수는 아직 가져본 적 없다. 그러한 환한 표정을 남자친구였던 최호가 가져다 주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받고 말았다.


장재열(조인성)은 어렸을 때 의붓아버지가 살해당한 트라우마가 있다. 아직 드라마에서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열의 형인 장재범(양익준)은 재열이 의붓아버지의 진짜 살인범임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살인죄로 교도소에서 복역을 하고 있는 것은 재범이다. 3년 전 재범은 가석방되었을 때 이러한 형의 고통을 모른 채 클럽에서 여자들과 재미를 보고 있는 재열의 등을 포크로 사정없이 찔렀다. 그리고는 다시 감옥으로 향했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진 이유 때문인지 재열은 스릴러 추리 소설를 쓰는 소설가다. 굉장히 잔인하고 반사회적인 인물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재열은 잘 생긴 외모 덕분인지 여성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거기에다 뛰어난 말재주를 가져 해수와의 첫 만남인 심리에 관한 토론쇼에서 해수를 웃으며 잘근잘근 씹는 저력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3년 동안 이도저도 아닌 그저 잠자리만을 위한 상대였던 풀잎에게 신작 소설을 표절당하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하며 재열 역시 깊은 상처를 받는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홍대집에서 홈메이트가 되는 과정을 그리며 틀린 상대방이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른 상대방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토론쇼와 남자친구 문제로 갈등을 빚던 해수와 재열은 결국 집을 나가는 문제로 대판 싸우지만 집주인이라는 갑에 위치에 있던 재열의 승리로 끝남으로써 수광(이광수), 동민(성동일)을 포함한 네 사람은 화해를 하고 계속 홈메이트가 되기로 한다.


그러다 술자리 시비로 인해 서로 손잡고 도망치디가 재열과 해수는 재열이 살던 오피스텔로 들어가게 되고, '가볍게' 맥주 한 잔씩을 한다. 이때 재열의 명대사가 나오는데 


어떤 마을에 깊은 동굴에서 천년 동안 빛이 든적이 없었대. 쳔년의 어둠이 쌓인 동굴을 사람들은 두려워해. 지금 너처럼. 사람들은 천년의 빛 거둬내기 위해 천년이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빛이 드는 것은 한순간이야. 니가 삼백일 동안 공들인 사랑 끝났다고 해도 다시 사랑을 느끼는 것은 한 순간이니까 괜찮아


물론 오글거리는 거 인정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말 한순간의 빛줄기가 들어와 모두를 밝히는 것처럼 해수의 아픔을 '비전문가'인 재열이 키스를 포함해 시센서티제이션(탈감작 - 오히려 더 강한 자극을 통해 치유하는 행동치료의 일종)으로 돕고있는 것이다.



마냥 이렇게 재열과 해수의 아름다운 사랑이 꽃피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한쪽에서는 또다른 갈등이 꽃 피고 있었다.


바로 재열의 형인 재범이 동민(성동일)과 교도소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범은 출소 즉시 자신을 감옥에 보냈다고 생각하는 가족(재열, 어머니)를 해코지할 생각을 하고 있다. 동민이 우연히 말한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아미탈이라는 수면제를 계속 언급하며 지난 날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모른채 했던 가족들에게 주사하는 것에 꼳혀있다. 살인 누명과 가족들의 배신이라는 고통 속에서 젊은 나이에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분노에 가득 차 있다. 이런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고 모범수로 살고 있는 재범은 출소 전 귀휴를 하여 가족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다.


그러는 한편 문하생은 아니지만 재열을 졸졸 쫓아다니는 강우(디오)가 자신이 쓰고 있다는 소설 일부를 재열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그 내용은 재열의 과거 의붓아버지 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화가 난 재열은 강우에게 관계 단절을 선언하지만 아버지에 의해 심하게 구타당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강우가 이번에는 어머니를 때리려는 아버지를 주먹으로 때린 후 다시 재열에게 찾아온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강우를 재열은 꼭 안아주며 "폭력을 막은거야"라는 말과 함께 안심시키려 노력한다. 자신의 과거와 꼭 닮아있는 강우를 보며 재열은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다 강우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뒤를 쫓으며 재열의 도움으로 수줍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고개를 내민 여학생이 바로 다음 장면에서 전혀 다른 여성으로 바뀌어 있다. 이상하다. 어떻게 된거지? 강우와 재열은 마주보면서 달리며 서로 활짝 웃지만 어느 순간 카메라는 도로를 혼자 달리고 있는 재열(조인성)을 비추고 있다. 강우가 사라졌지만 마치 옆에 누군가가 있기라도 하듯 재열은 여전히 웃고 있다. 재열은 이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강우는 재열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던 허구의 캐릭터이자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자신의 시각에서 만든 인물인 것이다. 아버지의 폭력에서 고통스러워 하던 어린 시절 자신을 창조하여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재열이 소설 속 인물을 창조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강우라는 캐릭터의 창조는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열 역시 겉모습과 다른 매우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장치이다.


더 나아가 이 드라마를 쓰고 있는 노희경 작가 역시 이중인격 장애를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노희경 작가는 자신의 아픔을 드라마를 통해 치유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전 작품에서 그대로 보여준 것처럼.


다음 이야기는 새로운 홈메이트가 등장한다. 오소녀(이성경)은 이번주에 컨덕트 디스오더(품행장애)를 앓고 있는 날나리 여고생으로 등장했다. 한 성질하는 해수(공효진)과 소녀의 만남과 홈메이트 삶이 어떻게 그려질 지 궁금하다.